신문은 선생님

[동물이야기] 울퉁불퉁 못생겨도 맛 좋은 '바다의 파인애플'… 새끼땐 꼬리로 헤엄쳐요

입력 : 2021.08.04 03:30

멍게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얼마 전 경북 포항에서 어떤 사람이 몰래 잠수 장비를 이용해 120㎏의 멍게를 불법으로 잡았다가 경찰에 적발된 사건이 있었어요. 멍게<사진>는 타원형 몸뚱아리에 울퉁불퉁 돌기가 나 있고 맛이 좋아서 '바다의 파인애플'이라고도 불려요. 몸에 좋은 불포화 지방산을 함유해 건강식으로도 사랑받죠. 특히 글리코겐 성분이 많아지는 여름철에 더욱 맛이 좋대요.

멍게는 생김새 외에도 특별한 점이 많아요. 우선 대다수 동물처럼 암컷과 수컷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한 몸뚱아리에 암수가 같이 있는 '자웅동체' 동물이에요. 멍게는 번식할 때 난자와 정자를 동시에 몸 밖으로 내보내요. 이때 자신의 난자와 정자가 결합해 수정되진 않고, 다른 멍게가 배출한 난자·정자와 만나도록 한대요. 유전자의 다양성을 확보해 더 건강한 새끼들로 대를 잇기 위해서죠.

알에서 막 태어난 새끼 멍게는 어른과 생김새가 아주 달라요. 크기는 0.15㎝로 아주 작은데, 올챙이처럼 긴 꼬리가 있고 물속을 실제로 헤엄쳐 다녀요. 그러다 이틀에서 사흘 정도 지나면 바닥이나 바위 틈새에 정착하죠. 일단 정착을 하면 꼬리는 점점 짧아지고 기다랗던 몸통도 타원형으로 바뀌어요. 또 몸의 많은 기관이 없어지면서 신체 구조도 단순해져 우리가 알고 있는 멍게의 모습이 돼요. 새끼 멍게 때는 갖고 있다가 어른이 되면 없어지는 대표적인 부위는 '척삭'이에요. 척삭은 사람·새·파충류·물고기 등이 갖고 있는 척추(등뼈)처럼 몸의 형태를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해요. 그래서 멍게는 등뼈가 없는 무척추동물이 고등 동물인 척추동물로 진화해가는 중간 단계를 보여주는 동물이기도 합니다.

멍게 몸에는 구멍이 두 개 나 있어요. 하나는 물을 받아들이는 '입수공'이고, 다른 하나는 물을 뱉어내는 '출수공'이에요. 입수공으로 물을 빨아들여 플랑크톤 등 영양분은 먹고 나머지는 출수공으로 내보내는 거예요. 다른 동물의 입과 항문에 해당하는 것이지요.

모든 멍게들이 맛 좋은 해산물로 사랑받는 것은 아니에요. 요즘은 우리 바다에 살지 않다가 유입된 외래종들 때문에 어민들이 골치를 썩이고 있어요. 바로 몸 색깔이 투명한 유령멍게와 분홍색인 분홍멍게죠. 이 두 종은 먹을 수 없을뿐더러 폭발적인 번식력으로 우리나라 바다 생태계와 양식장을 황폐화하고 있어 퇴치 작업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