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뉴턴이 일곱 색깔로 정했지만, 실제론 수백개 색깔이래요

입력 : 2021.08.03 03:30

무지개

/그래픽=유재일
/그래픽=유재일

지난달 중순 소나기가 내린 뒤 서울 하늘 곳곳에 쌍무지개가 출현했어요. 선명한 무지개 위로 희미한 무지개가 하나 더 뜬 거예요. 운 좋게 쌍무지개를 목격한 사람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사진을 찍어 올리며 자랑을 했습니다. 무지개를 하나만 봐도 행운이라는데, 두 개를 한 번에 봤으니 들뜰 만도 하지요.

무지개는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가게 해줄 만큼 아름답고 신비한 기상 현상이에요. 영국의 낭만파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는 '무지개'라는 시에서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가슴은 뛰노라/ 나 어린 시절에 그러했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하고/ 늙어서도 그러하리/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나으리"라고 했습니다. '물과 빛과 공기가 만들어내는 예술'로 불리는 무지개,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빛이 두 번 반사해 나타나는 '쌍무지개'

무지개는 햇빛이 물이나 유리 같은 투명한 물질을 통과할 때 굴절이 일어나 여러 색깔로 나뉘어 보이는 현상이에요. 비가 온 직후 대기 중에는 아직 물방울들이 떠다니고 있는데, 햇빛이 물방울 속으로 들어갔다가 물방울 뒷면에서 반사된 후 원래 빛이 왔던 방향으로 다시 빠져나오게 됩니다. 물방울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빛의 굴절이 일어나게 되지요. 빛은 색깔에 따라 꺾이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바깥쪽 빨간색부터 안쪽 보라색까지 빛들이 스펙트럼으로 나타나는데, 이게 바로 무지개예요.

그런데 대기 중에 수증기량이 많아서 물방울이 크면 '쌍무지개'가 생기기도 해요. 두 번째 무지개는 햇빛이 물방울 안에 들어가 한 번 더 반사되기 때문에 첫 번째 무지개와 반대로 안쪽이 빨간색이고 바깥쪽이 보라색이랍니다. 빛은 굴절과 반사를 거치며 전체적으로 양이 줄어들어서 두 번째 무지개는 첫 번째 무지개보다 흐릿하게 보여요. 첫 번째 무지개는 '수무지개', 두 번째 무지개는 '암무지개'로 부르기도 해요. 지난달 집중호우로 공기 중에 물방울이 많았기 때문에 우리가 쌍무지개를 볼 수 있었던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빗방울 안에서 반사가 세 번 일어나면 세 번째 무지개도 만들어질 수 있는데, 세 번째는 두 번째보다도 더 흐릿하기 때문에 거의 관찰되기 어렵다고 해요.

달 무지개, 단색 무지개도 있어요

쌍무지개 말고도 무지개 종류는 다양해요. 태양빛이 아니라 달빛으로도 무지개가 생길 수 있는데, 이를 달 무지개(moonbow)라고 해요. 달빛은 태양빛보다 약하기 때문에 무지개가 그렇게 선명하지 않고 보기도 어렵답니다. 안개처럼 매우 작은 물방울에 햇빛이 비쳐 생기는 무지개는 '안개무지개(fogbow)'라고 해요. 보통 희미한 하얀 색으로 보여요. 일몰이나 일출 때 대기 중 수증기가 많으면 붉은색의 단색 무지개(Monochrome rainbow)가 생길 수 있어요. 일몰 때 태양 빛은 상대적으로 두꺼운 대기층을 지나야 해서 파장이 짧은 파란색 등은 다 산란돼 눈에 보이지 않고 파장이 긴 붉은색만 눈에 보이기 때문이에요.

영어로 무지개(Rainbow)는 비(Rain) 온 뒤 볼 수 있는 활(bow)이란 뜻이에요. 항상 활처럼 반원을 그리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원래 무지개는 원 모양이래요. 물방울에 반사돼 나오는 빛은 원뿔 모양이에요. 우리가 원뿔의 꼭짓점에서 바라본다고 할 때 무지개는 원기둥의 밑면인 원의 둘레처럼 보이는 거죠. 그런데 무지개가 반원 모양으로 보이는 것은 다른 부분이 지표면에 가려서 볼 수 없는 거랍니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 위로 높이 올라가면 원형의 온전한 무지개를 관찰할 수 있다고 해요.

무지개는 일곱 색일까

무지개 하면 빨·주·노·초·파·남·보의 일곱 색깔이 떠올라요. 하지만 무지개 색은 나라마다 다르다고 합니다. '오색 영롱한 무지개'라는 말 들어봤나요? 우리 옛 선조들은 무지개를 흑백청홍황(黑白靑紅黃)의 '오색 무지개'라고 불렀어요. 여기서 오색은 글자 그대로 다섯 색깔이 아니고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색을 뜻해요. 영미권에선 남색을 제외하고 여섯 색깔로 표현하는 곳도 있고, 아프리카에선 부족마다 달라서 심지어 서른 가지 색깔로 표현하기도 한대요. 색에 대한 지식이나 문화에 따라 무지개 색도 다르게 나눈 것이죠.

무지개가 빛의 굴절로 인해 나타난다는 과학적 원리를 처음 규명한 사람은 17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무지개 색채를 일곱 가지로 정한 사람은 영국의 과학자 뉴턴(1642~1727)이에요. 뉴턴은 빛의 성질을 연구하다가 프리즘에 통과시켜 다양한 색깔로 나뉘는 모습을 실험으로 확인했는데, 일곱 가지 색깔로 구분해 기록했어요. 서양에선 '도레미파솔라시'의 '7음계', 행운의 숫자 '7'처럼 7이 완전한 숫자라는 인식이 있어 이에 따라 일곱 색깔로 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무지개를 관찰하면 수많은 색이 뚜렷한 경계 없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빛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207가지 색깔까지 구분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사람의 눈으로 확인 가능한 범위라고 하니, 진짜 무지개 색은 몇 개나 되는 걸까요?

[신화 속 무지개]

북유럽 신화에서 신이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비프로스트'라는 무지개 다리를 세워요. 티베트 신화에서도 무지개는 인간과 신이 하늘을 오르내리는 통로 역할을 하고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여신 이리스(Iris)는 무지개를 의인화한 존재로, 신의 뜻을 인간에게 전달해주는 전령 역할을 하죠.

안주현 박사·서울 중동고 과학 교사 기획·구성=김연주 기자 감수=반기성·케이웨더 예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