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사냥 도구→ 전쟁 무기→ 스포츠… 신라는 활쏘기 실력으로 관리 뽑았대요

입력 : 2021.08.03 03:30

활쏘기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도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양궁에 걸린 금메달 5개 중 4개를 휩쓸며 세계 최강임을 입증했어요. 양궁에서 10점을 내려면 70m 거리에서 지름 12.2㎝에 불과한 원 안에 화살을 쏘아야 하죠. 연달아 10점을 쏟아내며 금메달을 거머쥔 우리 대표팀의 실력이 경이롭습니다. 활쏘기는 원시 사회에선 생존 수단으로, 고대·중세 시대엔 전쟁 무기로, 현대엔 스포츠로 오랜 시간 인류와 함께해 왔습니다.

인류는 선사 시대부터 사냥 도구로 활을 사용했어요. 동물 뼈로 만든 화살촉이 남아 있어 알 수 있는데,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화살촉은 약 6만4000년 전 것으로 추정되며, 남아프리카공화국 시부두 동굴에서 발견됐어요.

한국에서도 고대부터 활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고구려 건국 설화에 주몽이 활을 잘 쏘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고분 벽화 '수렵도'<사진>에는 말 탄 사람이 말이 달리는 반대 방향으로 화살을 쏘는 그림이 그려져 있어요. 신라에선 활쏘기 실력으로 관리를 뽑았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남아 있고요. 이렇게 우리 선조들이 활쏘기를 중시한 것은 70%가 산지로 이뤄진 지형과 관련 있대요. 상당수 전투가 산성(山城)을 중심으로 전개됐고, 산성에서 아래에 있는 적을 공격하기 가장 좋은 무기가 바로 활이었기 때문이죠.

반면 고대 그리스에선 활보다는 창이나 칼로 적과 직접 부딪치는 것이 용감함을 상징한다고 여겼다고 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극작가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헤라클레스'에는 활을 사용한 헤라클레스가 비겁하다고 비판받는 대목이 나옵니다. 영국에선 잉글랜드 국왕 에드워드 1세(재위 1272~1307년)가 활쏘기를 육성한 것으로 유명해요. 웨일스 정복에 나섰을 때 웨일스 궁사가 화살을 쏴 잉글랜드 기사의 다리를 꿰뚫는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아 궁병(弓兵)을 키우기 시작했대요. 이렇게 육성된 궁병 부대는 14세기 프랑스와 백년전쟁 때 영국군이 초반 우위를 점하는 데 큰 공을 세웠어요. 영국에선 손등을 상대방에게 보이며 검지·중지로 'V' 모양을 만드는 게 부정적 의미인데, 백년전쟁 때 영국 궁수가 이 손짓을 하며 "두 손가락만으로 너희를 죽일 수 있다"고 조롱한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15세기 총이 등장하면서 활은 전쟁용 무기에선 밀려나고 스포츠 도구로 바뀌었습니다. 활쏘기를 스포츠로 가장 먼저 행한 국가는 영국으로 알려져 있어요. 1538년 영국 국왕 헨리 8세가 활쏘기 대회를 처음 열었대요. 이후 스포츠로서 활쏘기는 전 세계로 퍼져 나가 1900년 파리올림픽 때 처음 실시됐고, 1972년 뮌헨올림픽 때 지금 같은 경기 방식이 정립됐어요.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