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두 커플이 하룻밤새 겪은 꿈같은 소동… 셰익스피어 작품 중 가장 환상적이죠
한여름 밤의 꿈
- ▲ 1888년 ‘한여름 밤의 꿈’ 연극 공연의 한 장면. /뉴욕공립도서관
"법에 따라 죽임을 당하거나 아니면 남성과의 교제를 영원히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허미아야, 네 욕망을 살펴보고 네 젊음을 이해하고 혈기를 잘 따져 봐."
연일 뜨거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어요. 기온이 높은데 비까지 내려 불쾌지수도 높습니다.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는 사람도 많고요. 이맘때 생각나는 작품이 영국이 낳은 최고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한여름 밤의 꿈'이에요. 한여름에 짧지만 강렬한 꿈을 경험한 뒤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희곡이에요. 셰익스피어는 '햄릿''오셀로''맥베스''리어왕' 등 4대 비극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한여름 밤의 꿈' 같은 희극도 잘 쓰는 작가였답니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서 가장 환상적이고 몽환적이며 작가의 상상력이 잘 발휘된 작품으로 꼽혀요.
작품 속 허미아와 라이샌더는 사랑하는 사이예요. 하지만 허미아의 아버지 이지우스는 드미트리우스를 사윗감으로 생각했어요. 당시 국법은 딸이 아버지가 정한 상대와 결혼하지 않으면 사형에 처하거나 수녀원에 가야 했는데, 용감한 허미아는 라이샌더와 함께 도망가기로 합니다.
드미트리우스는 허미아를 찾기 위해 숲으로 뛰어들고, 뒤이어 드미트리우스를 사랑하는 헬레나까지 따라가요. 한바탕 소동은 이때부터예요. 요정의 왕 오베른은 우연히 헬레나에게 매몰차게 구는 드미트리우스를 보게 돼요. 헬레나가 안타까웠던 오베른은 부하 퍽을 시켜 깨어났을 때 처음으로 보는 것을 사랑하게 만드는 즙을 드미트리우스 눈에 바르게 하죠. 하지만 퍽은 드미트리우스가 아닌 라이샌더의 눈에 즙을 바르고, 라이샌더는 잠에서 깨자마자 본 헬레나에게 사랑을 고백합니다.
네 남녀의 사랑은 제법 심각해지지만, 재미있는 일도 벌어져요. 오베른이 여왕 티타니아를 놀려주려 그녀의 눈에도 즙을 바르라고 퍽에게 명령해요. 잠에서 깬 티타니아는 나귀 머리를 한 바보 바틈과 사랑에 빠지죠. 이후 오베른은 재빨리 마법을 풀어 만사를 평화롭게 만들어요. 퍽에게 라이샌더의 눈에 치료약을 바르도록 하고, 티타니아 눈은 직접 어루만져 마법을 풀어주죠. 허미아와 라이샌더는 사랑을 확인하고, 드미트리우스는 위험한 숲까지 자신을 따라 들어온 헬레나의 사랑을 깨닫고 그 마음을 받아들여요.
주인공들은 숲에서 잠든 사이 벌어진 꿈 같은 이야기를 통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해요. 그래서 작품 제목도 '한여름 밤의 꿈'이랍니다. '마법의 즙'을 통해서가 아닌, 스스로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하고 서로의 사랑을 지킬 수 있다면 그것만큼 아름다운 일을 없다고 이 작품은 강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