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옛 삶의 흔적 간직한 '글자 화석'… 사물 모양 본떠 만들었어요

입력 : 2021.08.02 03:30

세상이 보이는 한자

[재밌다, 이 책!] 옛 삶의 흔적 간직한 '글자 화석'… 사물 모양 본떠 만들었어요
장인용 지음 l 오승민 그림 l 출판사 책과함께어린이 l 가격 1만3000원

사람들은 글자에 세상과 삶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바뀐 생각과 생활의 모습을 품고 있기 때문이지요. 중국의 문자인 '한자'는 '글자의 화석'이라고 해요. 화석을 살펴보면 오래전 살았던 동물이나 환경을 알 수 있듯, 한자를 들여다보면 수천 년 전 삶의 흔적이나 옛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한자는 사물의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어요. 처음엔 눈에 보이는 것들을 간략하게 그린 그림이었어요. '갑골문'과 '금문'이 대표적이에요. 갑골문은 고대 중국에서 거북 등딱지나 소뼈에 새겨 넣었던 글자이고, 금문은 철기 시대로 넘어와 제사 때 사용한 쇠그릇에 새긴 글자예요. 당시 글자들은 사물 모양을 본떠 만들었기 때문에 지금 한자보다 훨씬 더 직관적이에요.

한자 하나하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이 책은 옛사람들이 하늘과 땅, 해와 달, 소·돼지·양 등 가축, 사람의 몸과 가족, 국가와 경제 등을 어떻게 글자로 표현했는지 들려줍니다.

태양을 뜻하는 '일(日)'은 원래 둥근 원 안에 점이 찍혀 있는 모습이었어요. 원 안에 점을 찍은 건 단순한 동그라미와 구분하기 위해서였고요. 이후 다른 네모난 글자들과 어울리게 하기 위해 네모난 모양으로 바뀌었어요. '일(日)'은 '아침 단(旦)', '이를 조(早)', '어두울 혼(昏)' 등 '시기'와 관련된 한자에 쓰여 의미를 더해줍니다.

신체 부위 중 눈을 뜻하는 '목(目)'은 처음엔 가로로 누워 있었어요. 눕혀보면 가운데 눈동자가 있는 눈을 닮았지요? 그러다 세로로 길쭉한 것이 쓰기 편해서 지금 같은 모양으로 바뀌었다고 해요. '눈썹 미(眉)'가 왜 이렇게 생겼는지도 짐작할 수 있겠죠? '볼 견(見)'은 몸 위에 커다란 눈동자가 얹혀 있는 모습이에요. '서로 상(相)'은 '나무(木) 위에 올라가 본다(目)'는 뜻인데, 옛사람들이 나무 위에 올라가 멀리 있는 적을 살피다가 맞은편의 적도 자신들을 살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대요. 그래서 '서로 마주하다'는 의미로 이 글자를 쓰게 되었답니다.

한자를 아는 것은 단순히 글자를 아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옛사람부터 지금까지 이어 오는 생각의 흐름도 알 수 있어요. 더구나 우리는 한글을 사용하기 전에 한자로 글을 썼기 때문에 우리말에는 한자로 된 단어가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한자를 알면 우리말도 훨씬 잘 이해할 수 있고 풍부하게 쓸 수 있답니다. 단어의 의미를 잘 알게 되면 더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박사 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