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100만분의 1로 희석한 피 냄새 맡는 상어… 전류도 감지해요
동물들의 뛰어난 감각
- ▲ /그래픽=안병현
최근 프랑스 연구진이 폭발물 탐지 훈련을 받은 개 8마리를 이용해 코로나 환자와 비(非)감염자의 땀을 구별하는 실험을 했더니 80% 넘는 정확도를 보였다고 해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서 나오는 화학 물질을 개가 구별하는 것이에요. 이는 개의 뛰어난 후각을 활용하는 한 가지 사례일 뿐이에요. 요즘엔 개가 암에 걸린 사람 몸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을 감지해 암을 조기 진단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개뿐 아니라 동물 중에는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뛰어난 감각을 가진 친구가 많아요.
분자 하나만 있어도 냄새 맡는다
많은 동물은 사람보다 뛰어난 후각을 갖고 있어요. 2014년 일본 연구진은 포유류 13종의 후각 수용체 유전자를 조사했어요. 후각 수용체는 냄새를 일으키는 물질과 결합하는 단백질로, 후각 수용체 유전자가 많으면 다양한 후각 수용체를 만들 수 있어 그만큼 더 다양한 냄새를 맡을 수 있지요.
그 결과 놀랍게도 아프리카코끼리의 후각 수용체 유전자가 1948개로 가장 많았어요. 개의 2배, 인간의 5배였죠. 아프리카코끼리는 멀리서도 냄새를 통해 '코끼리를 사냥하는 부족'과 '사냥하지 않는 부족'을 구별하고, 소변 냄새로 무리의 구성원을 일일이 구별할 수 있다고 해요.
일부 상어는 100만분의 1로 희석한 피 냄새를 감지할 수 있어요. 심지어 양쪽 콧구멍에서 각각 냄새를 포착한 시점의 차이를 이용해 냄새가 어느 쪽에서 왔는지까지 알 수 있어요. 우리가 양쪽 귀를 이용해 소리의 방향을 가늠하는 것과 같은 원리지요.
페로몬이라는 화학물질을 내뿜어 신호를 주고받는 곤충도 후각이 예민해요. 페로몬을 뿜어 짝짓기 상대를 찾는 나방은 페로몬 분자 단 하나가 더듬이에 와서 닿아도 감지할 수 있어요. 덕분에 수컷은 수㎞ 밖에 있는 암컷을 찾아갈 수 있답니다.
16가지 원추세포로 구분하는 색깔
시력이 좋은 동물로는 새가 있어요. 새는 다른 어떤 동물보다 몸집에 비해 안구가 커요. 안구가 크면 초점 거리(수정체를 통과한 빛이 한 점에서 모이기까지 지나는 거리)가 늘어나 작은 물체를 선명하게 볼 수 있고, 어두운 곳에서도 잘 볼 수 있어요. 새 중에서도 타조는 시력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타조 안구의 지름은 약 4㎝로, 눈이 뇌보다 크대요. 매와 독수리 같은 맹금류도 시력이 뛰어나요. 이들은 눈의 시세포 수가 사람의 2배 이상으로 사람보다 4~8배 먼 곳을 볼 수 있어요.
일부 새는 사람이 못 보는 색을 볼 수 있어요. 동물의 시세포 중에서 색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원추세포예요. 인간에겐 빨강·초록·파랑에 반응하는 3종류 원추세포가 있어요. 이 세 가지 색을 복합적으로 조합해 다양한 색을 구별하는 것이죠. 새 대부분은 원추세포가 4종류 있는데, 그중 하나는 인간은 볼 수 없는 자외선을 본답니다. 벌과 나비 등 일부 곤충도 자외선을 볼 수 있어요.
원추세포의 수는 동물에 따라 조금씩 달라요. 그중에서 독보적인 동물이 갯가재예요. 갯가재는 무려 12~16종류의 원추세포를 갖고 있어요. 그래서 매우 다양한 색을 구별하고 적외선과 자외선까지 볼 수 있어요. 게다가 특정 방향으로만 진동하며 나아가는 빛인 편광도 구분할 수 있지요. 그래서 빛이 부족한 바닷속에서 물체를 잘 알아볼 수 있어요. 최근에는 갯가재의 눈처럼 보이는 카메라를 자율주행차에 달아 어두울 때도 주위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대요.
어떤 동물은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들어요. 시력이 좋지 않은 박쥐는 초음파를 발사하고 그 반향을 이용해 장애물을 탐지하죠. 돌고래는 초음파로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요. 반대로 코끼리나 대왕고래 같은 동물은 인간이 듣지 못하는 저주파로 소통한다고 해요. 저주파는 전달 범위가 넓어서 대왕고래는 수백㎞ 떨어진 곳에 있는 다른 고래와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어요.
오리너구리는 먹이에서 나오는 전류 감지해요
어떤 동물은 인간에게 아예 없는 감각을 갖고 있기도 해요. 예를 들어 상어는 후각과 청각도 발달했지만, 전류를 감지하는 '로렌치니 암폴라'라는 특별한 기관을 갖고 있답니다. 상어의 코와 머리 앞부분에 몰려 있는 이 기관은 작은 구멍처럼 생겼어요. 이 안에 젤리 같은 전도성 물질이 들어 있어 전류를 감지해 신경에 신호를 보내요. 상어는 이 기관으로 물개나 물고기, 모래 속에 숨은 먹이에서 나오는 전류를 감지해서 사냥에 활용해요. 해수욕장 같은 곳에 안전을 위해 설치하는 '상어 퇴치기'는 이런 상어의 특성을 이용해 전류가 나와서 상어가 놀라 도망하게 만드는 장치예요.
포유류 중에선 오리너구리·가시두더지 등 일부가 전류를 감지해요. 먹이의 근육이 수축할 때 생기는 전기장을 감지해 먹이 위치를 찾아내지요. 우리로서는 초능력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이런 예민한 감각을 지닌 동물들에게 이 세상은 과연 어떻게 보이고 느껴질까요?
[지구 자기장을 활용하는 철새]
과학자들은 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가 지구의 자기장을 이용해 이동하는 방향을 아는 것이라고 추측은 했지만, 자기장을 어떻게 감지하는지는 알아내지 못했어요. 그런데 2018년 스웨덴과 독일 연구진이 각각 금화조와 꼬까울새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새가 눈 망막에 있는 크립토크롬(Cry4)이라는 단백질을 이용해 자기장을 본다는 근거를 찾았죠. 철새인 꼬까울새가 이주할 시기가 되면 이 크립토크롬 단백질이 늘어난다는 사실도 알게 됐고요. 아직은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지만, 사실이라면 새는 지구의 자기장을 눈으로 보며 방향을 찾는다는 얘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