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아이콘·픽토그램·이모지 등 종류 다양… 글로 표현 어려운 감정·정보 전달해요

입력 : 2021.07.27 03:30

그림 언어

/isotyperevisted 홈페이지·2020 도쿄올림픽 공식 트위터 캡처·컴퓨터 바탕화면 캡처·이모지피디아
/isotyperevisted 홈페이지·2020 도쿄올림픽 공식 트위터 캡처·컴퓨터 바탕화면 캡처·이모지피디아
도쿄올림픽에서 전 세계 선수들이 겨루고 있어요. TV 중계 화면에선 다양한 경기 종목을 '픽토그램(pictogram)'이란 그림으로 보여주는데, 이 덕분에 굳이 자막을 보지 않아도 어떤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답니다.

픽토그램처럼 문자가 아닌 그림으로 의사 소통을 하는 언어를 '그림 언어'라고 해요. 그림 언어는 수천년 전 인류가 문자를 발명하기 이전에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기 위해 썼어요. 동굴 벽에 그린 그림도 그림 언어라고 할 수 있죠. 20세기 들어선 아이소타이프·이모티콘·아이콘 등 다양한 그림 언어가 등장했답니다.

1925년 오스트리아 노이라트 부부가 개발한 아이소타이프(ISOTYPE)는 현대적 그림 언어의 선구 격이에요. 통계학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정보가 쏟아졌는데, 부부는 이를 쉽게 이해하도록 교육용 그림 언어인 아이소타이프를 고안했어요. 예를 들어, 국가별 인구를 숫자나 문자 대신 사람 모양 기호를 여러 개 써서 더 쉽게 이해하도록 한 거예요. 2000개가 넘는 아이소타이프 기호는 시각 사전으로 출판됐고, 여러 국가에서 통계 도표와 교과서에 활용했어요.

픽토그램은 그림(picture)과 전보(telegram)를 합한 말로, 국제 행사, 공항, 도로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림 언어예요. '남녀 화장실' 표시처럼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이죠.

컴퓨터 등 디지털 화면에 보이는 휴지통·파일·폴더 등은 '아이콘'이에요. 1970년대 미국 사무 기기 제조사인 제록스의 팰로앨토연구소(PARC)가 처음 선보였어요. 기계 언어를 입력하지 않아도 아이콘만 클릭하면 컴퓨터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 개인용 컴퓨터(PC)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답니다.

이모티콘은 문자나 기호를 조합해 의미를 전달하는 그림 언어예요. 1982년 미국 카네기멜런대 학내 게시판에서 처음 시작됐어요. 당시 컴퓨터과학부에는 지금의 온라인 게시판 같은 'bboards'가 있었는데, 농담을 진담으로 오해해 댓글 분쟁이 벌어졌대요. 이에 학생들은 '*'나 '%'를 덧붙이면 농담으로 받아들이자는 등 다양한 논의를 했죠. 이때 컴퓨터과학부의 스콧 팔먼 교수가 ':, -, )'을 연달아 써서 웃는 얼굴을 표현한 :-)를 처음 사용했는데, 대학 바깥까지 퍼져 나갔고 이후 수많은 이모티콘이 만들어졌대요

이모지는 문자와 기호가 결합된 이모티콘과 달리 이미지 하나로 이뤄져 있어요. 1999년 일본 통신 회사 NTT 도코모가 처음 개발했는데, 지금은 전 세계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수많은 이모지를 주고받고 있습니다.
전종현 디자인 건축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