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오수유→수유→쉬… 씨앗 속 기름으로 등불 밝히고 머리에 발랐어요
입력 : 2021.07.26 03:30
쉬나무
- ▲ 쉬나무에 꽃이 피면 잎은 아래로 축 처져요. 쉬나무 꽃에는 꿀이 많아 벌이 좋아한답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달콤하고 향긋할 것만 같은 이 나무의 우리나라 이름은 의외로 '쉬나무'예요. 우리나라 자생종으로, 키가 크게는 15m까지 크지요. 여기서 '쉬'는 '오줌'이 아니라 중국의 오수유나무와 열매가 비슷해 '오'를 빼고 '수유나무'로 불리다 '쉬나무'로 줄어든 거예요.
쉬나무는 지금 한창 꽃을 피우고 있어요. 지름 5㎜ 내외의 하얗고 둥근 꽃을 무더기로 피워 손바닥만 한 우산 모양 꽃 무리를 만들어 냅니다. 꽃이 피면 잎은 아래로 축 처지는데, 이때 쉬나무 꼭대기는 마치 하얀 물결이 부서지며 파도가 치는 것만 같습니다. 둥근 꽃망울이 살짝 벌어지며 수술대라도 바깥으로 나오면 꿀벌이 몰려오죠. 꿀이 많이 나오는 아까시나무의 영어 이름이 '벌나무(Bee tree)'인 것에 비하면, '벌 벌 나무(Bee-bee tree)'인 쉬나무는 분명 꿀벌이 더욱 좋아하는 나무일 거예요.
쉬나무는 다른 이름도 있어요. 경상도 일부 지역에선 쉬나무를 '소등(燒燈)나무'라고 불러요. 소등은 '불을 밝힌다'라는 뜻이죠. 이는 쉬나무 열매가 기름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쉬나무는 7~8월에 꽃을 피운 뒤 가을에는 붉은 열매를 맺는데, 여기엔 검은색 타원형 씨앗이 들어 있습니다. 이 씨앗의 40%가 기름 성분이라고 해요. 옛사람들은 쉬나무 열매를 말리고 불에 덖어 기름을 짜내 사용했어요. 한 그루에 많게는 30L나 되는 기름이 나온대요. 이 기름은 선비들이 밤중에도 공부를 할 수 있게 불을 밝혀주기도 하고, 머리카락에 발라 머릿결을 부드럽게 하기도 했어요.
우리나라에 석유가 들어온 이후부턴 더 이상 쉬나무 기름을 불을 켜는 데 사용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최근에 쉬나무 씨앗 기름이 의학적으로 중요한 효능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어요. 쉬나무 기름 속 불포화지방산이 지방간 세포의 지방 수치와 당 수치를 줄어들게 한다는 것이죠.
쉬나무는 번식력이 좋고 공해나 소음에도 강해 가로수나 공원 어디든 심을 수 있어요. 또 기후 온난화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아까시나무를 대체할 밀원 식물(꿀벌이 자라는 데 필요한 꽃꿀과 꽃가루를 제공하는 식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