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흐르는 물이 20억년간 만든 거대 협곡… 층층마다 '지구 역사' 새겨져 있어요
그랜드캐니언
제이슨 친 지음 l 윤정숙 옮김 l 이정모 감수
출판사 봄의정원 l 가격 1만5000원
지구의 역사는 46억년이라고 해요. 엄청나게 길지요. 그런데 인류는 수백만 년 전 처음 지구에 등장했는데 어떻게 그 태어나기도 전 역사를 알 수 있을까요? 기록이 있는 것도 아닌데요. 그건 지구가 곳곳에 남겨놓은 힌트 덕분이랍니다. 지구에서 가장 크고 깊은 골짜기인 그랜드캐니언에는 그런 힌트가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그랜드캐니언은 지난 20억년 동안 물이 흐르며 땅을 파고들어 만들어낸 거대한 협곡(峽谷)이에요. 어찌나 크고 깊은지 높이에 따라 기후가 변해 거기에 사는 동식물들도 다 달라요. 양쪽으로 펼쳐진 절벽은 오랜 시간 축적된 지층이 겹겹으로 쌓여 그 역사를 생생하게 드러내지요.
그랜드캐니언은 미국 애리조나주와 네바다주에 걸쳐 있습니다. 길이는 446㎞에 달하고, 양쪽 땅이 가장 크게 벌어진 부분 너비는 29㎞, 평균 깊이는 1.6㎞입니다. 넓이는 4930㎢나 돼요. 이 책은 아빠와 소녀의 여행을 따라갑니다. 둘은 그랜드캐니언의 밑바닥 콜로라도강에서 출발해 차례차례 지층(地層)을 읽으며 올라갑니다.
가장 낮은 지역에는 '비슈누 기반암'이 있어요. 18억4000만년 전에 형성된 바위입니다. 이 기반암 위에 차례차례 모래와 진흙이 쌓여 만들어진 퇴적층이 단단한 바위로 바뀌어 왔어요. 시기에 따라 다른 재료로 만들어진 지층은 무척 개성적인 모습을 보여준답니다. 각 지층의 특징을 보면 그 당시 환경을 알 수 있지요.
이 책은 현재 볼 수 있는 암석층과 그것을 보고 알 수 있는 과거를 차례대로 보여줘요. '그랜드캐니언 수퍼그룹 암석층'의 물결무늬를 보면 12억년 전 이 지역이 바닷물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갯벌이었음을 알 수 있지요. 당시 지구에는 해조류와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만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보다 2억년 후에 만들어진 '브라이트 엔젤 셰일층'에서는 삼엽충 화석을 볼 수 있어요. 오랜 옛날에 이곳은 해파리, 조개, 삼엽충, 벌레처럼 생긴 여러 생명체가 살고 있는 바다였다고 하네요.
지금 볼 수 있는 풍경과 과거를 비교해 보면 지구가 얼마나 힘차게 살아 움직이며 오늘까지 왔는지 실감이 납니다. 이 책은 현재 그랜드캐니언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의 모습도 보여줍니다. 새 373종, 포유류 92종, 식물 1750종, 무척추 동물 8000종 이상이 이곳을 보금자리로 삼고 있어요.
한 사람이 평생 연구해도 모두 알아보지도 못한다는 거대한 협곡. 그랜드캐니언은 지금도 많은 사람이 지구 역사를 읽는 귀중한 자료로 연구 중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