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하반신 마비 장애로 좌절한 청년, 中 국민 작가 만든 건 '디탄 공원'

입력 : 2021.07.22 03:30
[재밌다, 이 책!] 하반신 마비 장애로 좌절한 청년, 中 국민 작가 만든 건 '디탄 공원'

나와 디탄

스톄성(史鐵生) 지음 l 박지민 옮김 l 출판사 율리시즈 l 가격 1만5000원

스톄성(史鐵生)은 중국의 소설가이며 산문가이자 희곡 작가입니다. 그는 1971년 20세에 척추 통증과 하지 마비 증세가 나타나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됐어요. 장애로 인해 스톄성은 매일 죽음을 생각할 만큼 마음이 우울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휠체어를 타고 집 근처 베이징의 디탄 공원을 찾았지요. 디탄은 명나라 시대인 1530년에 건축된 곳으로 제왕에게 제사를 지내는 큰 제단이 있던 곳이었어요. 지금은 제단의 흔적만 남아있고 공원이 됐어요. 인적 드문 디탄 공원은 잡초와 넝쿨이 무성했어요. 스톄성은 오랫동안 홀로 공원에 머물렀어요. 그리고 햇빛 속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봤어요. 거기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용기 없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어요. 그 순간 그는 생각했어요. '그래, 이제 죽음을 기다리지 말고 어떻게 살지를 생각하자.' 그날부터 스톄성은 시간만 나면 디탄 공원을 찾았어요. 나무와 새, 햇빛과 그늘은 그에게 다정한 친구가 되어주었어요. 디탄 공원은 그의 닫힌 마음을 열어주는 희망의 장소가 됐답니다. 평소 책 읽고 글쓰기를 좋아했던 스톄성은 디탄 공원과 함께하며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했어요. 노트와 펜을 챙겨 공원에서 매일 글을 썼어요. 얼마 후 용기를 갖고 자신이 쓴 글을 발표했는데 사람들의 칭찬이 쏟아졌어요. 그는 더욱 글쓰기에 매진했고 이후 루쉰문학상과 라오서문학상 등을 받았어요. 그는 2010년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지만, 여전히 중국 국민작가로 사랑받고 있어요.

이 책은 인생의 좌절과 고뇌, 삶에 대한 성찰을 담은 스톄성의 자전적 대표 산문집이에요. '스물한 살, 그해'는 스물한 살 때 척수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힘든 치료를 겪으며 퇴원하기까지 이야기예요. 의료진의 정성 어린 치료와 가족·친구들의 보살핌, 당시 의료 기술의 한계로 죽음의 문턱을 넘은 환자들의 안타까운 일화를 그리고 있죠.

'자귀나무'는 자신에게 헌신했던 어머니 이야기예요.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책을 빌려다 주고 영화를 보여주기 위해 휠체어를 밀고 극장을 향해 달려갔던 어머니의 사랑을 추억해요. 서른 살에 출간된 아들의 첫 소설집을 끝내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스톄성의 애틋한 마음도 느낄 수 있어요. '나의 몽상'은 육상, 수영, 권투, 스키, 스케이트, 자동차 경주까지 온갖 스포츠를 좋아했던 그의 면모를 보여줘요. 그는 장애 때문에 직접 운동은 못했지만, 볼만한 스포츠 경기를 빠짐없이 시청하는 스포츠광이었어요. 특히 승리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육상선수 칼 루이스를 존경했대요. 그는 신체보다 영혼에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은 동정과 사랑을 줘야 하며 삶의 목적과 방향을 찾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얘기해요.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