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우리나라에서 에어컨 처음 설치한 곳은 석굴암이래요

입력 : 2021.07.20 03:30

냉방기구

1902년 캐리어가 개발한 최초의 에어컨을 그린 그림. /윌리스 캐리어 공식 홈페이지
1902년 캐리어가 개발한 최초의 에어컨을 그린 그림. /윌리스 캐리어 공식 홈페이지
이번 주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된다는 뉴스가 전해졌어요. 에어컨 같은 냉방 기구가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여름을 넘겼을까요. 이제는 냉방 기구가 보편화됐지만 인류가 온도를 낮추는 기술을 발명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해요. 냉방 기구는 어떻게 시작됐고 발전해왔을까요?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부채를 이용했어요. 또 고대 이집트에선 물에 적신 갈대를 창문에 걸어놓았다고 해요. 물이 증발할 때 주변의 열을 가져가 시원하게 하는 원리를 이용한 거예요.

기계를 이용한 냉방은 선풍기가 등장하면서 시작됐어요. 최초의 선풍기는 1600년대 천장에 매달아 놓은 추의 무게를 이용해 커다란 부채를 움직이는 방식이었다고 하지만 구체적 기록은 남아있지 않아요. 기록이 남아 있는 최초의 기계식 선풍기는 1800년대 초 중동, 인도 등에서 쓰인 '푼카'라는 선풍기예요. 추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추에 연결된 날개가 움직이도록 하는 방식이었대요. 전기로 작동하는 선풍기는 1880년대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에어컨은 20세기 초반 미국인 윌리스 캐리어가 개발했어요. 난방기 등을 제작하는 회사에 다녔던 캐리어는 1902년 뉴욕의 한 인쇄소에서 의뢰받았어요. 여름철 뉴욕의 고온다습한 환경 때문에 인쇄물이 잘 나오지 않는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었죠. 캐리어는 암모니아를 냉각제로 활용해 온도와 습도를 조절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냅니다. 이것이 최초의 에어컨이었어요. 이후 캐리어는 1915년 친구들과 함께 '캐리어 공학 회사'를 설립했는데, 이 회사는 지금도 운영되고 있어요. 캐리어가 개발한 에어컨은 1920년대 백화점·극장 등에 속속 설치됐어요.

국내 최초로 에어컨이 사용된 곳은 '석굴암'으로 알려져 있어요. 신라인들은 석굴암의 습도가 자연적으로 조절될 수 있게 과학적으로 설계했어요. 그런데 일제강점기 일제가 석굴암 보수 작업을 하면서 외벽을 콘크리트로 감싸고 석굴암 아래 흐르던 지하수를 막아버리는 바람에 내부 벽면에 습기가 차는 현상이 나타났죠. 정부는 여러 방법을 동원해 보수해봤지만 습기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어요. 결국 1960년대 내부를 밀폐하고 일본에서 에어컨을 수입해 설치했죠.

이후 국내 기업들이 에어컨 수입과 개발을 시작했어요. 범양상선에서 일본 에어컨을 수입해 판매한 것이 에어컨 대중화의 시작이었습니다. 1968년에 금성(현 LG)에서 텔레비전 크기의 에어컨을 최초로 생산했고, 1980년대 중반엔 벽걸이 에어컨이 등장했죠. 스탠드형 에어컨은 1990년대 중반에 나왔어요.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