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1970년대 뉴욕의 범죄도시 이미지 새로운 로고 덕분에 확 바뀌었어요

입력 : 2021.07.13 03:30

도시 브랜딩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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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2의 도시 로스앤젤레스(LA) 관광청이 지난 7일 새로운 도시 로고를 공개했어요. 굵직한 마커로 휘갈긴 'Los Angeles' 글자 위에 일몰 풍경을 그렸어요<사진 1>. 다양한 형광 색깔은 LA의 화창한 날씨와 활력 넘치는 분위기를 표현했어요. 이처럼 해당 도시만의 역사와 문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시각적·비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도시 브랜딩'이라고 해요. 도시 브랜드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것이 도시 로고이고요. 도시 브랜딩은 글로벌 시대에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우리가 잘 아는 도시 로고는 미국 뉴욕시의 'I♥NY'<사진 2>일 거예요. 1977년 당시 뉴욕시는 범죄와 쓰레기가 들끓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어요. 뉴욕주 관광청은 뉴욕의 이런 이미지를 바꾸고 관광객을 유치하려 뉴욕 출신 유명 그래픽 디자이너 밀턴 글레이저에게 작업을 의뢰했어요. 로고는 '세계 1위 도시'라는 뉴욕 이미지를 심플하게 표현했죠. 글레이저가 로고 관련 저작권을 뉴욕주에 기부해 로고가 다양한 장소, 상품에 쓰이면서 급속도로 상품화되어 퍼져 나갔어요. 결국 이 로고는 뉴욕시 이미지를 바꿨을 뿐 아니라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호주 제2의 도시 멜버른은 문화·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 삶의 질이 높은 도시지만, 로고는 그런 점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어요. 역동적인 이미지를 심고 싶었던 시 당국은 2009년 새 로고를 만들었죠. 새 로고는 멜버른의 앞글자 M을 딴 모양으로 형태는 단순하지만 적용하는 패턴과 색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어요<사진 3>.

도시 브랜딩은 오래된 유산을 재해석해 새로운 매력을 창출하기도 해요. 포르투갈에서 둘째로 큰 도시 포르투가 그런 경우예요. 2000년 역사를 지닌 포르투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만큼 역사적 건물도 많고 전통 음식도 많아 도시를 대표할 요소 하나를 찾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시민들에게 "당신에게 포르투는 무엇이냐"고 질문해 그 대답을 바탕으로 2014년 그래픽 20여개를 만들었고, 이를 각종 광고 등에 활용했어요. 그래픽 그림은 모두 다르지만, 모두 포르투에서 흔한 흰색 바탕에 파란 유약으로 그린 '아줄레주 타일' 스타일로 제작됐답니다<사진 4>.

2017년 탄생한 핀란드 수도 헬싱키의 로고는 간단해요. 말풍선 모양 안에 다양한 글을 쓸 수 있도록 했어요. 헬싱키 시민 140만명의 정체성을 하나의 로고에 담는 것이 불가능하니,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말풍선을 택한 것이죠.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