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습지에서도 잘 자라는 건 물 위로 올라온 뿌리로 숨 쉬기 때문이에요
입력 : 2021.07.12 03:30
낙우송
- ▲ /국립수목원·플로리다대학교 홈페이지
낙우송은 다른 침엽수와 달리 가을이 되면 잎을 모두 떨어뜨리는 특이한 나무예요.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소나무 잎이 깃털처럼 떨어진다'라는 뜻의 낙우송(落羽松)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어요. 원산지 미국에선 '대머리 사이프러스(Bald cypress)'로 불려요. 가을에 잎이 다 떨어지면 벗어진 머리 같이 보이기 때문이래요.
낙우송은 1963년 루이지애나주의 상징 목으로 선정됐는데, 낙우송이 루이지애나 습지를 지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루이지애나는 미시시피강 하류에 자리 잡고 있어 지대가 낮고 습지가 발달해 있어요. 이런 습지에서는 뿌리가 숨을 쉴 수가 없어서 나무가 살아남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습지에는 식물 체내에 공기가 통하는 조직이 발달한 풀이나 갈대 같은 식물만 주로 만날 수 있답니다. 그런데 낙우송은 바로 이런 습지에서 잘 자라는 나무입니다. 살아남을 뿐 아니라 키는 20~50m, 가슴둘레 지름은 3~4m까지 커다랗게 자라나지요. 게다가 1000년 이상 살 수 있습니다. 물가에서 웅장한 모양새로 자라나 가을에는 노랗게 물든 침엽을 떨어뜨려 장관을 만들어 냅니다. 낙우송이 이렇게 뿌리가 물에 잠기고도 잘 자라는 이유는 '호흡근'<사진2> 때문이에요. 낙우송 줄기 옆 땅을 살펴 보면 버섯이나 종유석 같은 게 솟아나 있어요. 땅에서 공중으로 뻗어 나온 호흡근입니다. 낙우송은 지표면 근처에 뿌리를 얕고 넓게 뻗는데, 일부는 호흡을 위해 위로 뻗어 올린답니다. 미국에서는 이 호흡근이 튀어나온 무릎 같다고 해서 '무릎 뿌리'라고 부르기도 해요.
미국이 원산지인 낙우송은 우리나라에도 있어요. 1920년대부터 외국산 낙우송이 수입돼 많이 가꾸어진 덕분이죠. 주로 수목원이나 하천변 정원수나 가로수로 만날 수 있어요. 서울 양재천이나 대전 갑천, 전북 전주천 근처에도 낙우송이 가로수로 심어져 있습니다.
낙우송은 종종 같은 침엽수로 가을에 잎을 떨어뜨리는 '메타세쿼이아'와 닮아 혼동되기도 해요. 작은 침엽이 서로 어긋나 있는 낙우송과 달리 메타세쿼이아는 작은 침엽이 서로 마주 나 있는 게 차이점이에요. 메타세쿼이아도 물가를 좋아하긴 하지만, 낙우송처럼 뿌리를 물에 담근 채 호흡근을 만들어 살 수는 없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