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200] '담그다'와 '잠그다'

입력 : 2021.07.07 03:30
[예쁜 말 바른 말] [200] '담그다'와 '잠그다'

* 물김치를 (담가, 담궈) 보려고 방송에 소개된 레시피를 찾아보았다.

* 공부하는데 동생이 자꾸 귀찮게 해서 못 들어오게 방문을 (잠궜다, 잠갔다).

위 예문의 괄호 안에 들어갈 말을 한번 골라 보세요. 정답은 '담가'와 '잠갔다'입니다. 이 표현들을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아요. 인터넷에도 '김치를 담궈' '차가운 물에 발을 담궜다' '코로나 확산 속 세계 각국 다시 빗장 걸어잠궜다''잦은 오작동으로 스프링클러를 누군가가 잠궈놓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와 같이 잘못 표현한 글이 눈에 많이 띕니다.

'담그다'는 '액체 속에 넣다'는 뜻이에요. 예를 들면,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엄청 시원하다' '식염수에 콘택트렌즈를 담갔다'와 같이 써요. 또 '김치나 술·장·젓갈 따위를 만드는 재료를 버무리거나 물을 부어서, 익거나 삭도록 그릇에 넣어 두다'라는 뜻도 있어요. '이 책에는 장 담그는 법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같이 쓰죠.

'담그다'는 어간 '담그-'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결합하면 어간의 끝 'ㅡ'가 줄어들어 '담그+ -아' →'담가', '담그+ -았'→'담갔' 으로 활용돼요. 따라서'김치를 담가' '김치를 담갔다'로 써야 해요. '담궈' '담궜다'는 '담그다'의 비표준어인 '담구다'의 어간 '담구-'에 '-어' '었다'를 결합해 쓴 말로, 틀린 표현이에요.

'잠그다'도 '담그다'처럼 활용 표현에서 많이 틀리는 말이에요. '잠그다'는 '문이나 금고에 자물쇠를 채우거나 빗장을 걸어 열리지 않도록 하다'는 뜻이에요. '그는 자물쇠로 책상 서랍을 잠갔다'와 같이 쓰죠. 또 '물·가스 따위가 흘러나오지 않도록 차단하다'라는 뜻도 있어요. '가스가 새지 않도록 밸브를 잘 잠가라'처럼 쓸 수 있어요. '다섯 살배기 조카가 단추를 잠그는 연습을 한다'라는 문장에선 '옷을 입고 단추를 끼우다'라는 뜻으로 쓰였어요.

<예문>

­―외할머니가 집에 오신 뒤부터 김치를 담가 먹는 횟수가 늘었다.

­―나는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으로 시작하는 동요 '초록 바다'를 즐겨 부른다.

­―새우가 가장 맛있다는 6월에 잡은 새우로 담근 젓을 육젓이라고 한다.

­―외출할 때는 현관문이 잘 잠가졌는지 꼭 확인해라.

­―동생이 내 일기를 훔쳐 보는 것 같아 책상 서랍에 넣고 열쇠로 잠갔다.

­―"물을 계속 틀어두지 말고 쓰지 않을 때는 수도꼭지를 꼭 잠가서 물을 절약하자."

류덕엽 교육학 박사·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