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이야기] 19세기 상상력으로 쓴 달나라 여행… 과학적 원리는 지금과 놀랍게 유사

입력 : 2021.07.06 03:30

지구에서 달까지·달나라 탐험

‘지구에서 달까지’삽화./위키피디아
‘지구에서 달까지’삽화./위키피디아
내가 달 이야기를 한다고 놀라지 마십시오. 우리는 어쩌면 그 미지의 세계를 발견하는 콜럼버스가 될 운명인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이 내 계획을 이해하고 그 실행을 힘닿는 데까지 돕겠다면, 나는 여러분을 이끌고 달나라를 정복하겠습니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최근 화성 이주용 우주선인 '스타십' 시험 비행에 성공했어요. 일론 머스크는 지구온난화 등으로 환경이 나빠져 지구에 있으면 인류가 멸종할 게 뻔하다며 화성으로 이주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실제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우주 탐사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요.

우주 탐사의 개념도 없던 150여년 전, 프랑스 작가 쥘 베른(1828~1905)은 지금의 우주 시대를 예언하는 소설을 썼어요. 바로 '지구에서 달까지'와 '달나라 탐험'이에요. 우주로 가는 구체적 방법까지 제시한 두 작품은 '공상과학소설의 선구적 작품'이란 평가를 받아요. 쥘 베른은 이 외에도 '해저 2만리' '지구 속 여행' 등 다양한 공상과학 소설을 썼답니다.

1865년 출간된 '지구에서 달까지'는 임피 바비케인 회장이 이끄는 대포클럽 일행이 달로 향하는 여정을 담고 있어요. 정회원만 1800명이 넘는 대포클럽은 본래 남북전쟁 때 대포를 만들던 집단이었는데, 전쟁이 끝나 모두 할 일을 잃었죠. 모두 허탈감에 빠져 있을 때 바비케인은 과감하게 "달나라로 가는 대포를 만들자"고 제안해요. 그가 제안한 대포는 규모가 어마어마해요. 지름 3m, 무게 1만㎏짜리 포탄<사진>을 만들어 초속 12㎞로 우주를 향해 날아가게 하자는 계획이었죠. 이 엄청난 포탄을 하늘로 쏘아 올리기 위해선 대포 길이가 300m는 돼야 했고요. 대포클럽은 지하 300m에 수직갱을 파는 등 엄청난 고생 끝에 대포와 포탄을 완성해요. 그리고 드디어 바비케인과 캡틴 니콜, 미셸 아르당, 그리고 두 마리의 개 다이애나와 새틀라이트가 포탄을 타고 하늘로 향해요. 그 후 이야기는 4년 후 출간된 속편 '달나라 탐험'에 나와요. 일행이 탄 포탄은 97시간 동안 우주를 날아다니며 거대한 운석과 충돌할 뻔하기도 하고, 엄청난 추위와 산소 부족과 싸워야 했어요. 계획된 항로를 이탈하기도 했고요. 갖은 고난에도 세 사람은 달 주변을 날며 환호해요. 달의 아름다움에 빠진 것이죠. 셋은 "달나라 제국은 우리 거야"라고 즐거워하며 열광적으로 춤까지 춰요. 이들은 결국 달에 착륙하진 못했지만, 지구에 무사히 돌아와 지인들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았답니다.

쥘 베른은 19세기 중반까지 수세기 동안 인류가 쌓아올린 천문학적 지식과 과학 지식을 총동원해 두 작품을 썼다고 해요. 그런 점에서 단순히 상상력으로 지어낸 공상과학 소설이 아니라 과학 소설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요.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