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이야기] 장마철에 꽃 피우는 '골든 레인 트리'… 열매로 염주도 만들어요

입력 : 2021.07.05 03:30

모감주나무

[식물이야기] 장마철에 꽃 피우는 '골든 레인 트리'… 열매로 염주도 만들어요
3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어요. 어르신들은 종종 "무릎이 쑤시는데 내일은 비가 오려나?" 같은 말을 하시곤 합니다. 높은 습도와 낮은 기압이 관절 내 압력을 높여 통증이 생기기 때문에 비가 오는 걸 알게 되는 거예요. 어르신들 못지않게 장마 소식을 잘 알려주는 식물이 있는데, 바로 모감주나무입니다.

식물들은 저마다 다른 생체리듬을 가지고 꽃을 피우는 시기를 조절해요. 이 생체리듬은 밤낮의 길이, 온도, 토양 습도나 구성 같은 환경 요인에 따라 달라지는데, 모감주나무는 장마철에 맞춰져 있어 이 시기에 꽃이 펴요. 빗물이 떨어져도 우아하게 뻗은 꽃대에 노란색 작은 꽃들<큰 사진>을 줄줄이 달고 화려함을 뽐내니 눈길을 사로잡아요. 영어 이름 '골든 레인 트리(Golden rain tree)'는 꽃이 떨어지면 황금비가 오는 듯하다고 해서 붙여졌습니다. 처음에는 노란색이던 꽃잎이 시간이 지나면서 밑부분이 붉게 변해요. 꽃은 작지만 꿀이 많아서 많은 벌들이 모여들어요.

모감주나무는 한국·중국·일본에서만 자생하는 세계적 희귀종입니다. 처음에는 우리나라 모감주나무 자생지가 주로 섬이나 바닷가 근처라 중국에 살던 모감주나무가 열매를 맺은 뒤 해류를 타고 건너왔다는 주장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후 내륙에서도 자생지가 발견되면서 중국에서 온 것이 아니라 한국 토종 나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됐습니다.

모감주나무 꽃이 진 자리는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꽈리 모양의 열매<작은 사진>가 생기고 10월쯤 되면 갈색으로 익습니다. 속에는 콩알 크기 씨앗 3~5개가 들었는데, 염주로 만들어 썼습니다. 단단하고 만질수록 윤기가 나서 사찰 큰스님들이나 지닐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어요. 한국과 일본에서는 사찰 주변에 이 나무가 많은데, 중국에선 주나라 시대 높은 귀족의 무덤가에 심었던 나무로 알려져 지금도 무덤 주변에 많이 심어요.

추위와 공해에 강하고 척박한 흙에서도 잘 자라는 모감주나무는 양지바른 곳을 좋아해서 도심지 가로변이나 공원 녹지대 등의 가로수, 조경수로 적합합니다. 바닷물이나 바닷바람에 견디는 힘도 강해 해안가 조경수나 바닷가의 방풍림으로도 많이 활용합니다.
글·사진=최수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전시문화사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