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아바도가 아빠에게 배운 '음악의 비결'… "다른 연주자 음악도 잘 들어야 한다"

입력 : 2021.07.01 03:30
지휘하는 클라우디오 아바도. /클라우디오 아바도 페이스북
지휘하는 클라우디오 아바도. /클라우디오 아바도 페이스북

음악의 집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음 l 이기철 옮김 l 파올로 카르도니 그림
출판사 풍월당 l 가격 1만6000원

클라우디오 아바도(1933~2014)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가입니다. 어린 시절 아바도는 우연히 반쯤 열린 문틈으로 아빠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게 돼요. 위대한 작곡가 바흐가 만든 '샤콘'이었죠. 아바도의 아빠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교육자였어요. 그는 아빠의 연주를 들으며 마술같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클래식에 빠져들었죠. 아바도 집엔 온갖 악기들이 가득했고 연주하는 사람들로 넘쳐났어요. 클래식 음악은 자연스럽게 아바도의 친구가 되었답니다. 일곱 살 때 이탈리아 밀라노 스칼라 극장에서 처음으로 오케스트라 연주를 감상했어요. 드뷔시의 '녹턴'을 들으며 소리로 빛과 색을 만든 그림 같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무대의 붉은색 연단에 선 지휘자가 세상에서 가장 멋지게 보였죠. 오케스트라를 하나로 묶어주는 것이 지휘자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날 일기장에 아바도는 '멋진 지휘자가 되고 싶다'고 썼어요.

이후 피아노를 배워 아빠의 반주를 하면서 차츰 연주의 기쁨을 배웠어요. 아빠는 음악의 비밀을 가르쳐줬어요. "연주할 줄 안다고 해서 음악을 들을 줄 아는 것이 아니며, 악기를 그냥 연주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연주를 주의 깊게 듣고 받아들이고 가장 신비한 부분까지 이해하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죠. 인생에서도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면 상대의 말을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아빠는 말했어요. 그때 아바도는 음악의 시작은 바로 '잘 듣는 것'이고, 상대 연주자를 존중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어요.

아바도는 피아노를 열심히 연습하고 작곡도 배웠어요. 그러던 어느 날 작은 실내악단으로부터 지휘를 요청받고 지휘자로 데뷔했어요. 얼마나 지휘에 열중했는지 몸이 다 아플 정도였죠. 아바도는 음악에 대한 놀라운 해석을 보여줘 세계적인 지휘자로 성장했어요. 이후 밀라노 스칼라 극장과 빈 국립 오페라의 음악 감독으로 활약했고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가 되었답니다.

이 책은 아바도가 1986년 어린이들을 위해 직접 쓴 것이에요. 자신의 인생 이야기뿐 아니라 음악에서 듣기의 중요성과 악기에서 소리가 어떤 식으로 나오는지, 현악기와 관악기·타악기를 어떻게 다루는지도 알려줘요.아바도는 소통하는 민주적 리더십으로 지휘대에 조용한 혁명을 이뤄냈다는 평을 들어요. 그는 젊은 음악인을 키우는 데도 헌신했습니다.

아바도는 좋은 음악과 좋은 삶은 굳게 연결되어 있다고 말해요. 음악이 인생에 행복을 선사한다고 믿으니까요.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