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5300년 전 알프스에 살던 남성 미라에서 문신 61개 발견됐어요

입력 : 2021.06.29 03:30

문신

문신을 한 타히티 원주민. /타히티 관광청
문신을 한 타히티 원주민. /타히티 관광청
최근 국회에서 의료인이 아닌 사람들도 문신 시술을 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발의되어 문신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어요. 문신도 개인의 개성 표현이니 쉽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과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인만 시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몸에 상처를 내고 잉크 등을 주입해 글자·무늬·그림 등을 새기는 문신은 언제 시작된 것일까요?

문신의 역사는 수천년 전 고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1년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국경 지역인 오찰(Otzal) 알프스에서 한 남성이 냉동 미라 상태로 발견됐어요. '오치(Otzi)' 또는 '아이스맨'으로 불린 이 남성은 5300년 전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는데, 놀랍게도 온몸에 문신이 61개나 새겨져 있었어요. 가로·세로 선들이 발목·가슴 등에 새겨져 있었는데, 주술적인 치유의 목적이었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어요.

유럽뿐 아니라 고대 이집트와 아프리카, 잉카 문명에서도 문신이 새겨진 미라가 발견되어 모든 대륙에서 문신이 오래전부터 행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동아시아에선 문신이 형벌의 일종으로 사용됐어요. 중국에서 고대 진·한나라(기원전 3세기) 때 법률이 적힌 목간(木簡·나무에 글씨를 쓴 것)이 발견됐는데, 문신이 형벌 중 하나로 적혀 있었어요. 죄목을 얼굴에 새겨 평생 가도록 한 벌인데, 경형(黥刑)이라 불렀죠. 요즘은 잘 안 쓰는 말이지만, 옛날 어르신들이 누군가의 잘못을 꾸짖을 때 "이런 경을 칠 놈"이라고 했죠. 이 '경을 치다'가 '문신형을 받는다'는 의미래요. 지금도 아시아 지역에 남아 있는 문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이런 유래 때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문신은 유럽과 동아시아 지역에서 범죄자·노예 등에게만 행해지다 시간이 흐르며 점차 사라졌어요.

유럽 사회에 문신이 다시 등장한 것은 18세기 때예요.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1728~1779) 선장이 남태평양을 항해하다 타히티섬에 도착했는데, 그곳 원주민들 사이에서 '타타우(tattow)'라는 문신 풍습을 봤어요. 이때 쿡 선장의 선원들이 돛이나 배 등 선원의 일과 관련된 문신을 몸에 새기고 돌아왔는데, 이후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에 문신 문화가 퍼져 나갔다고 합니다. 문신을 뜻하는 영어 '타투(tatoo)'도 여기에서 유래했다고 해요.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