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종이 기둥으로 세운 임시 거주지… 비용 싸고 콘크리트만큼 강해요

입력 : 2021.06.29 03:30

재난용 임시 건물

/프리츠커상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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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서울 노원구 한국원자력의학원에 설치됐던 이동형음압병동(MCM)이 6개월간 시범 운영된 후 최근 철거됐어요. 이 음압병동은 지난해 코로나 중환자들을 위한 병상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오자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개발했어요. MCM을 만드는 데는 기존 음압병실 구축 비용(병실당 3억5000만원)의 5분의 1밖에 들지 않고 설치도 5일 만에 가능합니다.

전염병을 포함한 지진·태풍 등 재난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살 곳을 잃어버립니다. 새로운 공간이 필요해지죠. 이들에게 임시 주거 공간을 신속하게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건축계에서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효율적으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져 왔어요.

프랑스 건축가 장 프루베는 2차 세계대전의 피해를 본 모국의 피란민을 위해 당시 파격적이었던 조립식 임시 주택을 설계했어요. 성인 2명이 하루 만에 지을 수 있는 집이었는데, 금세 400채가 지어져 보급됐습니다.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는 재난을 위한 건축물로 유명합니다. 그는 종이 튜브를 기둥으로 활용해 집<사진>을 지었어요. 종이 튜브를 이용한 집은 비용이 적게 들고 쉽게 설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콘크리트 기둥의 80% 수준까지 무게를 지탱할 수 있어요. 이 종이 튜브 집은 1994년 아프리카 르완다 내전, 1995년 고베 대지진, 2001년 인도 대지진 등에서 난민과 이재민을 위한 임시 거주 시설로 쓰였어요. 반 시게루는 고베 대지진 땐 이재민들이 예배를 볼 수 있도록 종이와 천으로 5주 만에 임시 교회를 만들기도 했어요. 이 교회는 3년 후 없어질 예정이었지만 주민들 요구로 10년간 존속하다 2005년 지진이 난 대만 지역으로 옮겨졌습니다. 그는 재난 건축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건축계 노벨상인 프리츠커 건축상을 탔습니다. 일본 건축가 이토 도요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피해 현장에 지역주민 공동 쉼터 14채를 지었습니다.

재난 등에 사용되는 임시 주거 시설을 짓는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어요. 2013년 이케아재단은 박스 2개(총 160㎏)에 든 부품으로 집 한 채를 지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박스 안 부품을 조립하면 4~8시간 안에 집이 완성됩니다. 단열, 방음, 환기, 태양광 시설까지 갖췄고, 비용도 한 채에 100만원에 불과합니다. 이 집은 시리아·요르단·파키스탄·에콰도르 등에 임시 거주지로 보급됐어요.
전종현 디자인 건축 저널리스트 기획·구성=김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