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이야기] 불교 상징 연꽃… 태양신 숭배한 이집트서도 왕좌에 새겼어요

입력 : 2021.06.28 03:30

문양으로 쓰인 식물들

백제 시대 연꽃 무늬 수막새 /국립중앙박물관
백제 시대 연꽃 무늬 수막새 /국립중앙박물관
요즘 전국의 연못, 식물원에 연꽃이 만발하고 있습니다. 연꽃은 진흙에서도 커다랗고 선명한 색의 꽃을 피워내요. 그래서 옛날부터 '생명력'을 상징했지요. 사람들은 연꽃을 직접 기르기도 했지만, 연꽃 문양을 돌에 새겨 넣거나 건물·물건에 그림으로 그려 넣기도 했어요.

연꽃은 불교의 대표적 상징이에요. 사람들은 연꽃 문양을 통해 사람이 죽으면 평소 행실에 따라 극락정토의 연꽃 위에서 다시 태어난다는 불교의 사상을 표현했어요. 연꽃은 유교를 공부하는 선비들에게도 사랑받았어요. 더러운 진흙에서도 깨끗한 꽃을 피우는 연꽃이 청렴한 군자(君子)를 상징한다고 여겼대요. 또 붓이나 벼루에 연꽃을 그려 넣어 과거 급제를 기원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져요. 연꽃 열매의 씨앗 하나를 '연과(蓮顆)'라 하는데, 이것이 과거의 소과(小科)와 대과(大科)에 연달아 급제하는 '연과(連科)'와 발음이 같기 때문이래요.

재미있는 것은 동양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연꽃 문양이 서양에서 더 예전부터 쓰였다는 거예요. 태양신을 숭배하던 고대 이집트에선 태양이 뜨면 꽃이 피고 태양이 지면 꽃이 접히는 연꽃이 태양을 나타낸다고 여겼어요. 연꽃이 새겨진 왕좌나 연꽃을 선물하는 모습이 그려진 파피루스(종이가 발명되기 전 쓰인 기록 매체)가 발견되는 것을 볼 때, 5000년 전부터 연꽃이 문양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당풍(唐風) 덩굴' 또는 '이국풍(異國風) 덩굴'이라는 의미의 '당초(唐草)' 문양이 오래전부터 사랑받았어요. 이 무늬는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 최초로 발견되는데, 휘몰아치는 듯이 구부러지며 역동적이고 힘찬 모습이 특징이에요. 특히 줄기 중간중간 잎이 움터 오르는 모습을 그려 신성한 기운과 우주의 창조를 표현했습니다. 통일신라 시대에는 포도나 모란·국화가 덩굴과 함께 그려지며 다산(多産)과 장수, 풍요로움, 절개 등을 의미했어요.

서양에선 '아칸서스' 문양이 깊은 역사를 갖고 있어요. 아칸서스는 지중해 연안 등에 사는 톱니 모양 잎을 가진 식물이에요. 기원전 5세기 아테네의 조각가 칼리마쿠스가 아칸서스 잎이 바구니를 휘감고 자란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그리스 건축 3대 양식 중 하나인 '코린트' 양식에 도입했다고 전해집니다. 아칸서스는 고대 그리스 신전 기둥머리를 장식하는 문양<아래 사진>으로 자주 쓰였어요. 기둥머리 부분에서 하늘을 향해 곧 활짝 펴질 것만 같은 역동적 모습으로 지붕을 받치고 있죠.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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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새미 식물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