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98] '찌뿌둥하다'와 '으스스하다'

입력 : 2021.06.23 03:30
[예쁜 말 바른 말] [198] '찌뿌둥하다'와 '으스스하다'

"어제 종일 날씨가 찌뿌등하더니 오늘 새벽부터 비가 쏟아졌다."

"이렇게 무더운 날에는 으시시한 공포 영화 한 편 보면 참 시원해질 것 같다."

위 두 문장이 자연스럽게 읽히나요? 밑줄 친 말은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고 있어서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이는 잘못 쓴 말이에요.

'찌뿌둥하다'는 '몸살이나 감기 따위로 몸이 무겁고 거북하다'는 뜻이에요. 예를 들면 "오랜만에 등산을 했더니 몸이 찌뿌둥하고 다리가 쑤신다"와 같이 써요. 또 '표정이나 기분이 밝지 못하고 약간 언짢다'는 뜻도 있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형이 나를 찌뿌둥하게 쳐다보았다"와 같이 써요. 끝으로 '비나 눈이 올 것 같이 날씨가 궂거나 잔뜩 흐리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어제는 화창하더니 오늘은 날씨가 찌뿌둥하네"처럼 쓸 수 있죠. 유의어로는 '찌뿌듯하다' '찌뿌드드하다'가 있어요.

많은 사람이 잘못 쓰고 있는 '찌뿌등하다'는 비표준어예요. '찌뿌드하다' '찌푸등하다' '찌부등하다' 등도 모두 틀린 표현입니다. 예전에는 '찌뿌듯하다'만 표준어였고 '찌뿌둥하다'는 비표준어였어요. 그런데 2011년 '찌뿌둥하다'도 '찌뿌듯하다'와는 다른 어감을 갖고 있는 별도 표준어로 인정받았답니다. 북한에서는 '찌뿌둥하다'와 '찌붓하다'를 문화어(북한의 표준어)로 쓰고 있어요.

'으스스하다'는 '차가운 물체가 닿거나 섬뜩한 느낌을 받아서 소름이 돋는 듯하다'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한낮인데도 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지날 때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다'와 같이 써요. 참고로 '소름이 끼칠 정도로 매우 차가운 느낌이 잇따라 드는 듯하다'라는 뜻을 가진 낱말로 '으슬으슬하다'가 있어요. 이 말도 '감기 기운이 있는지 몸이 으실으실하다'처럼 잘못 쓰는 사람이 참 많아요. '으시시하다' '으실으실하다' 등은 비표준어예요. 아울러 '으스스하다'보다 느낌이 작은 말로는 '아스스하다' '오스스하다'가 있어요.

­[예문]

―에어컨을 몇 시간 동안 틀고 잤더니 몸이 여간 찌뿌둥한 게 아니다.

­―후덥지근한 날씨 탓인지 오후만 되면 몸이 끈적끈적해지면서 찌뿌둥하다.

­―오래전 일이지만 그 일은 지금 생각해도 온몸이 으스스하게 떨린다.

―­여름에는 으스스한 분위기가 확 느껴지는 공포 체험 여행을 가고 싶다.

류덕엽 교육학 박사·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