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스파르타 소년부터 조선 의녀까지… 어린이 30명 삶 통해 세계사 배워요

입력 : 2021.06.21 03:30
[재밌다, 이 책!] 스파르타 소년부터 조선 의녀까지… 어린이 30명 삶 통해 세계사 배워요

우리가 주인공인 세계사

필립 윌킨스 지음 l 스티브 눈 그림 l 강창훈 옮김
출판사 책과함께어린이 l 가격 1만8000원

역사의 주인공은 그 시대를 살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밭을 일구고 사냥을 하고 새로운 도구를 발명하고 정치 체제를 만들어 인류를 발전시켜왔어요. 역사를 알면 현재 우리를 이해할 수 있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어릴 때부터 역사를 차근차근 공부합니다.

당시의 또래 어린이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살펴보면 역사가 더 친숙하게 느껴질 거예요. 이 책은 마지막 빙하기 소녀 타야에서부터 2015년 생체 공학으로 인공 손을 얻게 된 스코틀랜드 아홉 살 소년 조쉬까지, 역사 속에 살았던 서른 명의 아이를 소개해요. 어른들의 삶 또는 유명인의 삶이 아니라, 평범한 아이들의 삶을 통해 세계 역사를 바라볼 수 있게 해줍니다.

마지막 빙하기였던 약 1만5000년 전 우크라이나 넓은 들판에 열 살 소녀 타야가 살았어요. 타야는 사슴 가죽으로 만든 윗옷을 입고 목에는 뼈 목걸이를 했어요. 빙하기 사람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들어 사용했어요. 타야도 엄마를 도와 요리도 하고 여러 도구를 만들어요.

기원전 6세기 그리스 동남쪽 스파르타. 창과 방패를 든 열 살 레오니다스의 눈빛이 날카로워요. 레오니다스는 다른 소년들처럼 일곱 살 때 집을 떠나와 훈련소에서 군인이 되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전쟁에 대비해 어려운 생활을 몸에 익히는 거죠. 밖에서 잠자고, 사냥도 해요.

450년쯤 동유럽에 살던 열두 살 훈족 소년 엘락은 말도 잘 타고 활도 잘 다루는 무사예요. 훈족은 가족을 잃은 슬픔을 드러내려 얼굴에 상처를 낸다고 하는데, 엘락 얼굴에도 뭔가로 그은 듯한 상처가 있네요. 청동 솥, 동물을 조각한 청동 예술품 등도 함께 보여줘요. 훈족은 청동 다루는 기술이 뛰어났대요. 1450년대 아즈텍의 도시 테노치티틀란에 살던 열 살 소녀 틀라흐코는 맨발에 선인장 섬유질로 만든 블라우스를 입고 있어요. 지금의 멕시코 땅에서 발달한 아즈텍 사회에선 여성이 존중받았죠. 십 대가 되면 학교에 다니며 역사·종교 같은 과목을 공부했답니다. 1470년대 조선시대 수도 한성에 살았던 소녀 수경이도 등장합니다. 수경이는 의녀가 되기 위해 의원인 아버지 밑에서 사람 치료하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한복을 입고 머리는 땋고, 약초를 빻을 때 쓰는 절구와 절굿공이를 들고 있네요.

이 책 주인공은 대부분 가상의 어린이들이지만, 실제 역사 속에서 활약한 어린이도 등장해요. 아홉 살에 즉위한 이집트의 왕 투탕카멘과 영재였던 어린 시절의 모차르트, 열한 살에 나치를 피해 숨어지내며 일기를 쓴 안네 프랑크 등 역사의 현장에서 살아 숨 쉬던 어린이들이지요. 역사는 어른들이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어린이들도 각자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했답니다. 그 모든 것이 모여 현재의 우리가 있는 것이고요.

박사 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