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11세에 '최고 젊은 과학자상' 받은 비결… 수천 개 자료 읽고 남들과 공유해요

입력 : 2021.06.17 03:30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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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탄잘리, 나는 이기고 싶어

기탄잘리 라오 지음 l 조영학 옮김
출판사 동아시아사이언스 l 가격 1만3000원

기탄잘리 라오<사진>는 과학을 좋아하고 발명가를 꿈꾸는 소녀예요. 호기심과 탐구심이 많은 기탄잘리는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실행에 옮기는 열정을 지녔답니다. 기탄잘리가 9세이던 2014년, 미국 미시간주에서 만 명 넘는 주민이 납중독에 걸리는 사건이 일어났어요. 낡은 수도관이 부식되면서 수돗물에 납 성분이 섞였던 거예요. 이 일로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됐어요. 기탄잘리는 자기와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이 납중독으로 고통받고 깨끗한 식수를 마시지 못하는 뉴스를 접하고 충격받았어요. 밤새도록 잠을 설친 기탄잘리는 다음 날 직접 수질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겠다고 결심해요. 이후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행하는 잡지 '테크놀로지 리뷰'를 보면서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찾죠. 기탄잘리는 연구 끝에 탄소나노튜브 기술을 활용해 물속의 납 성분을 감지하는 장치 '테티스'를 완성했어요. 이 성과로 11세에 '미국 최고의 젊은 과학자상' '환경 보호 대통령상'도 수상했습니다. 약물 중독을 조기에 진단하는 장비 '에피온', 사이버 폭력 방지 앱 '카인들리'도 기탄잘리가 개발했어요. 10대 소녀가 이 같은 혁신을 일으킨 비결은 무엇일까요?

이 책은 과학과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기탄잘리의 연구 비법을 소개해요. 직접 고안한 '혁신 과정 5단계'는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과정과 방법이에요. 1단계는 '관찰'이에요. 관심거리가 생기면 주변을 관찰하고 작업 일지를 만들어요. 2단계는 무슨 발상이든 제한 없이 적어보는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이에요. 떠오르는 생각을 벽에 붙이거나 화이트보드에 쓰고 컴퓨터에 목록도 만들어요. 3단계는 핵심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조사'예요. 조사는 꿈을 현실로 만드는 중요한 과정으로, 문서와 자료 수백~수천 개를 살펴봐야 하죠. 때로는 잠도 포기하며 매달려야 해요. 4단계는 구상한 것을 만드는 '제작'이에요. 기탄잘리는 제품을 제작할 때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 기법을 사용해요. 디자이너의 창의적이고 종합적인 사고방식을 제품의 기획·제작 등에도 활용하는 거죠. 사용자 입장에서 제품이 편리한지, 휴대하기 좋은지 등을 다양하게 고려해요. '테티스'를 제작할 때도 마분지로 견본을 여러 차례 만들어 보면서 완성해냈어요. 마지막 5단계는 '소통'으로 영상·연설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내가 만든 것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거예요. 기탄잘리는 누구나 혁신가가 될 수 있고 10대의 힘과 가능성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해요. 기탄잘리처럼 열정과 지식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청년들이 많아진다면 세상은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거예요.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