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이야기] 식물 연구의 기초자료… 전 세계 3400개 표본관에 4억개 있대요

입력 : 2021.06.14 03:30

식물 표본

1633년 만들어진 식물 표본집. /위키피디아
1633년 만들어진 식물 표본집. /위키피디아
어린이들이 식물과 가까워지는 방법 중 '식물 표본 만들기' 체험이 있어요. 지금도 여름방학을 앞두고 여러 박물관에서 관련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어요.

'표본(標本)'은 자연물을 연구용으로 보존하기 위해 약품 등으로 처리한 것을 말해요. 식물 표본은 건조한 식물을 종이에 붙이고, 식물 이름, 채집한 곳, 채집한 사람의 이름을 같이 써서 보관하는 것이에요. 작은 풀은 뿌리까지 보관하지만, 큰 식물은 잎이나 가지·꽃·열매 등 주요 부분을 따로 보관하는 경우도 많아요.

식물 표본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수분을 제거하는 거예요. 우선, 채집한 식물을 신문지나 창호지 사이에 끼웁니다. 이후 신문지 위에 식물을 골고루 편 뒤 무거운 물체를 얹어 압력을 가해요. 이때 식물이 너무 크면 신문지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게 ㄱ, ㄴ 자 등 모양으로 구부려 말려요. 신문지를 1~2일에 한 번씩 갈아주며 완전히 건조될 때까지 기다립니다. 잎이 두꺼운 식물은 건조 시간이 더 길지만 건조기를 이용하면 대체로 12시간, 자연 상태에선 10일 안에 완전히 건조됩니다.

식물 표본은 해충 피해를 보기도 해요. 눈에는 안 보이지만 식물에 남아 있던 곤충 알이나 유충이 식물을 상하게 할 수 있어요. 이 때문에 표본을 만들 땐 살충제를 뿌리거나 증기로 쪄서 해충을 완전히 제거해야 해요. 식물 표본관(식물 표본을 보관하는 장소)에 가면 제습 시설이 작동하는 커다란 소리가 들리고 살충제 냄새가 나는 경우도 있어요. 이 때문에 아무나 들어갈 수 없게 출입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아요.

식물 표본은 왜 필요할까요? 식물 종(種)이 어떻게 변하는지 기록으로 남기고 앞으로 채집하는 식물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식물 연구의 기초 자료가 되는 거죠. 식물 표본을 만드는 데에는 채집부터 처리까지 연구자들의 큰 노력이 필요해요. 따라서 연구자들은 1935년부터 '세계식물표본관 총람(Index Herbariorum)'이라는 세계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전 세계 3400여 표본관의 약 4억개 표본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요. 2020년 세계식물표본관 총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표본을 가지고 있는 기관은 영국의 큐 왕립식물원(1852년 설립)으로 총 812만5000개의 표본을 보유하고 있어요. 이어 800만개 표본을 갖고 있는 프랑스 파리 국립자연사박물관(식물관 1635년 설립)이 두 번째예요. 1981년 설립된 미국 뉴욕식물원이 3위로 792만1000개 표본을 갖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식물표본관 총람에 43개 표본관과 326만종의 식물 표본이 등록되어 있어요.
최새미 식물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