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이야기] 기온 높으면 암컷·수컷 중 한쪽만 태어나… 지구온난화로 멸종될지 몰라요

입력 : 2021.06.09 03:30

악어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오는 17일은 '세계 악어의 날'이에요. 전 세계 동물 보호 단체와 동물원·수족관에서 악어 보호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는 행사들이 열려요. 악어는 뱀·도마뱀·거북과 달리 우리나라 야생에서는 볼 수 없는 파충류예요. 우리말로는 다 악어라고 부르지만, 영어로는 크로커다일·앨리게이터·카이만·가비알 등 종류별로 이름이 다르답니다.

악어 종류 중에서 크로커다일은 덩치도 크고 성질이 사납기로 유명해요. 아프리카 나일악어가 크로커다일이에요. 몸길이가 최대 7m 넘게 자라고, 물소 같은 커다란 초식동물도 잡아먹어요. 앨리게이터 중에서 유명한 것은 미국 동남부 지역에 사는 미시시피 악어예요.

크로커다일과 앨리게이터는 아주 비슷하게 생겼는데 주둥이 모양이 달라요. 앨리게이터의 주둥이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둥근 유(U)자 모양이고 입을 다물었을 때 이빨이 잘 안 보여요. 반면 크로커다일은 주둥이가 뾰족한 브이(V)자 꼴이고 입을 다물어도 이빨이 많이 삐져나와 있어요. 남아메리카에는 앨리게이터와 비슷하지만 더 작은 카이만이 있고, 인도와 그 주변 나라에는 주둥이가 유달리 가느다란 가비알<사진>이 산답니다.

악어들의 생김새가 이렇게 제각각인 건 사는 환경에 따라 먹잇감을 사냥할 수 있게 적응했기 때문이에요. 가비알은 물속에서 물고기를 사냥하는데, 주둥이가 가늘어야 저항을 덜 받고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요. 미시시피악어는 주로 거북을 먹는데, 거북을 입에 넣고 딱딱한 등딱지를 부수려면 주둥이가 둥글넓적해야 편해요.

악어는 무는 힘이 아주 세요.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형 악어가 무는 힘은 사자·호랑이·하이에나 등 맹수들이 무는 힘의 3.7배나 되는 것으로 측정됐어요. 나일악어는 얼룩말과 영양 등 큰 먹잇감을 먹을 때 강력한 턱으로 몸뚱이를 물고 빙빙 돌려서 조각 내요. 이걸 '죽음의 회전(death roll)'이라고 해요.

거짓 동정을 말할 때 흔히 '악어의 눈물'이라고 하죠. 악어가 먹이를 먹을 때 마치 눈물을 흘리고 슬퍼하는 것처럼 보이는 데서 비롯된 말인데요. 악어는 눈물샘 신경과 입을 움직이는 신경이 같아 먹을 때 눈물샘이 자극되기 때문에 눈물이 나오는 거예요.

기후 온난화가 악어 멸종을 앞당길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옵니다. 악어의 성별은 태어날 때 온도에 따라 결정되는데, 지나치게 높거나 낮으면 종류에 따라 어느 한쪽 성이 많이 태어나요. 예컨대, 미시시피 악어의 경우, 부화 온도가 32~33도 사이에선 대부분 수컷이 태어나지만, 그보다 낮거나 높으면 암컷이 더 많이 태어나요. 그래서 지구 온도가 계속 높아지면 앞으로 한쪽 성만 태어나 번식이 어려워질 수 있는 거죠.
정지섭 기자 도움말=이태양·한국양서파충류협회장 기획·구성=김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