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96] '제치다'와 '젖히다'

입력 : 2021.06.09 03:30
[예쁜 말 바른 말] [196] '제치다'와 '젖히다'
'외국의 한 시장조사 기관이 삼성전자가 2분기에 인텔을 젖히고 매출 1위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차 브랜드 선호도 조사에서 현대차가 테슬라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기사 내용이에요. 문맥으로 보아 같은 낱말을 써야 할 텐데, 서로 다른 단어를 쓰고 있네요. 둘 중 맞는 것은 '제치고'입니다.

'제치다'는 먼저 '거치적거리지 않게 처리하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그 선수는 양옆에서 달려드는 상대 선수들을 제치고 골을 넣었다'와 같이 써요. 또 '일정한 대상이나 범위에서 빼다'는 뜻이 있어요. '어떻게 나를 제쳐 두고 너희끼리 놀러 갈 수 있니?'와 같이 쓰죠. 다음으로 '경쟁 상대보다 우위에 서다'라는 뜻도 있어요. 예를 들어 '우리 편이 상대편을 가볍게 제치고 3연승을 올렸다'처럼 씁니다. 마지막으로 '일을 미루다'는 뜻이 있어요. '그는 제집 일을 제쳐 두고 남의 집 일에 발 벗고 나선다'와 같이 씁니다.

흔히 '제치다' 대신 '제끼다'라고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비표준어예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제끼다' 또는 '재치다'를 표준어로 삼고 있어요.

'젖히다'는 '안쪽이 겉으로 나오게 하다'라는 뜻으로 '코트 자락을 젖히고 앉다'와 같이 써요. 또 '사람이 무엇을 뒤쪽으로 기울게 하다'라는 뜻이 있는데, 예를 들면 '고개를 젖히다''의자를 뒤로 젖혀라'와 같이 써요. 끝으로 '노래를 불러 젖히다' '그는 크게 한번 웃어 젖혔다'처럼, 동사 뒤에서 '~어 젖히다' 형식으로 쓰일 때도 있어요. 이때는 앞 동사(부르다·웃다 등)가 뜻하는 행동을 막힌 데 없이 해치운다는 뜻이에요. '제끼다''저끼다''제키다''젖치다''제치다' 등은 모두 '젖히다'의 잘못된 표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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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문>

ㅡ한 선수가 골키퍼를 제치다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나 외발 슛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ㅡ배우 윤여정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ㅡ코로나 백신 예방 접종을 한 날에는 만사 제치고 푹 쉬는 것이 좋다.

­ㅡ커튼을 활짝 걷어 젖히자 달빛이 가득 찬 마당이 내다보였다.

­ㅡ계단에서 발목을 젖히는 바람에 인대가 늘어나 한동안 물리치료를 받아야 해.
류덕엽 교육학 박사 서울양진초 교장 기획·구성=김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