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중국 '라멘'→일본 '라멘'→한국 '라면'
입력 : 2021.06.08 03:30
라면
- ▲ /일본 오사카관광국 홈페이지
라면은 중국 음식 라몐(拉麵)에서 유래했어요. 라몐은 밀가루 반죽을 손으로 늘이며 만든 면을 말해요. 수타면이라고도 해요. 이 라몐이 메이지 유신 직후인 1870년대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식 발음으로 '라멘'이 됐어요. 당시 일본에선 닭·돼지뼈 등을 우려낸 국물에 면을 말아 먹었어요. 중국 라몐과 달리 일본 라멘은 꼭 수타면일 필요는 없었어요. 하지만 일본에선 라멘이 일본 요리가 아닌 중국 요리로 인식되고 있어요. 한국 사람들이 자장면을 중국 요리로 인식하는 것처럼요.
현대적 인스턴트 라면은 일본에서 시작됐어요. 닛신식품의 설립자 안도 모모후쿠가 1958년 면을 기름에 튀겨 보존 기간을 늘린 '치킨라멘'<사진>을 개발한 게 세계 최초예요. 당시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패배의 후유증으로 식량난을 겪고 있었는데, 인스턴트 라면 개발로 사람들이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게 됐어요. 안도가 면을 튀기는 아이디어를 얻은 과정에는 두 가지 설이 있어요. 중일전쟁 때 중국군이 전투식량으로 건면을 튀겨서 휴대하고 다니던 것에서 착안했다는 설, 술집에서 어묵에 밀가루를 묻혀 튀김을 만드는 것을 본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설이죠.
한국에 인스턴트 라면이 들어온 것은 1960년대예요. 삼양식품이 일본 라면을 수입해 판매했지만 한국인 입맛에 안 맞아 실패했어요. 국산 라면을 만들기 위해 닛신식품에서 기술을 전수받으려 했지만 거절당했어요. 이때 닛신식품의 라이벌이었던 묘조식품이 무상으로 기술을 전수해줬어요. 한국전쟁 직후 식량난을 겪던 한국 사정을 듣고 기술 지원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이후 삼양식품은 1963년 한국 최초 인스턴트 라면인 '치킨라면'을 개발했어요. 하지만 이 라면은 일본 라면 제조법을 그대로 사용해 한국인 입맛에 안 맞고 가격도 비싼 편이라 곧장 대중화되진 않았어요. 라면 소비량이 늘어난 데는 정부의 '혼분식(混粉食) 장려 정책'이 한몫했어요. 전쟁 이후 인구가 크게 늘었는데 쌀이 부족하자 정부는 잡곡밥과 밀가루 섭취를 장려했어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직접 삼양식품에 전화해 "한국인 입맛에 맞는 매운맛 라면을 개발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하기도 했대요. 정부의 이런 정책을 배경으로 여러 회사가 라면 사업에 뛰어들면서 한국은 라면 시장이 활성화됐고 오늘날에 이르러 '라면 강국'이 됐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