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이야기] 신비로운 '원령공주' 숲… 강원 점봉산, 제주 곶자왈, 울릉도 성인봉에 있죠
입력 : 2021.06.07 03:30
원시림
- ▲ 울릉도 성인봉 원시림. /국립산림과학원
원시림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요? 숲에도 역사가 있어요. 최초에 화산 분화 등으로 맨땅이 생기고, 거기에 곰팡이 같은 미생물이 들어오며 생명 활동이 시작되지요. 이후 씨앗이 퍼져 풀밭이 되었다가, 키 작은 나무가 무리를 이뤄요.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숲이 됩니다. 처음엔 소나무처럼 빛을 많이 받아야 잘 자라는 양수(陽樹)들이 숲을 이루고,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참나무 같이 빛을 잘 못 받아도 잘 자라는 음수(陰樹)들이 많아져요. 그리고 수백 년이 지나 그곳에 가장 적합한 식물들이 군락을 이룬 극상림(極相林)이 됩니다. 원시림은 숲의 최종 발전 단계인 극상림의 모습입니다.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원시림의 모습은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에 등장하는 숲이에요. 일본 규슈 남서쪽에 있는 야쿠시마섬이 실제 배경이죠. 약 1400만년 전 등장한 이 섬에는 3000년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삼나무도 있어요. 이 밖에도 러시아 툰드라 지대의 코미 원시림, 서아프리카 열대 타이 국립공원 등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원시림이에요.
안타깝게도 한반도의 원시림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대부분 사라졌어요. 울릉도, 제주도 같은 섬이나 강원, 경기 산지 일부에만 남아 있어 국가의 보호를 받고 있어요.
울릉도 성인봉 원시림에는 650여 종 식물이 살고 있어요. 이 중에서도 우산고로쇠, 섬잣나무, 섬피나무 등 40여 종은 오직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어 이 지역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189호로 지정돼 있습니다. 제주도 곶자왈과 오름에도 원시림이 있어요.
강원도 점봉산은 우리나라 전체 식물종의 20%인 850여 종이 서식하고 있어요. 흔히 숲이 우거진 원시림은 빛이 잘 들지 않아 야생화는 잘 못 자라고 숲 바닥에 이끼나 고사리류가 많이 자라는데, 점봉산 원시림은 특이하게도 정상 부근에 야생화 풀밭을 품고 있어요. 해발 1000m 산 정상 부근 '곰배령'에는 나무 없이 들판처럼 탁 트였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 나무가 자라기 힘들어서래요. 대신 빛이 드는 곳마다 한계령풀, 얼레지 같은 야생화가 피어 16만5000여㎡(5만평)에 이르는 '야생화 천국'이 됐답니다. '천상의 화원'이라고도 불려요. 우리나라 원시림은 대부분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등산객이 방문할 수 없어요. 하지만 점봉산 등 일부는 기간과 인원을 제한해 사람들에게 개방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