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수학 산책] 라면 국물 한 숟가락 정화하려면 50L 깨끗한 물 필요해요
입력 : 2021.06.03 03:30
오염된 물 정화하기
물이 오염되는 원인은 공장 폐수, 축산 시설에서 나오는 오물, 논밭에 뿌리는 농약 등 다양해요. 하지만 그중 대부분인 80%가 우리가 화장실, 욕실, 세탁, 설거지 등을 하면서 사용하고 버린 '생활 하수'입니다.
원래 물은 스스로 정화 작용을 해서 맑아질 수 있지만, 오염 물질이 너무 많으면 스스로 정화하지 못해요. 그래서 우리는 물 처리 시설에서 여러 단계를 거쳐 물을 정화해요. 미생물이 오염 물질을 분해하게 하고, 살균제(염소)를 사용하기도 해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생활 하수 양보다 훨씬 많은 물이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쌀뜨물 600배, 라면 국물 5000배, 된장국 7050배, 우유는 1만5000배, 간장은 3만배, 청주 4만배, 식용유는 19만8000배, 마요네즈는 24만배 등 오염 물질의 수백~수십만배에 달하는 물이 필요해요.
각 음식 10mL를 정화하는 데 필요한 맑은 물의 양을 알아볼게요. 1mL는 0.001L예요. 0.001처럼 1보다 작은 수를 소수라고 해요. 실생활에서 아주 작은 숫자를 이야기할 때 주로 사용하죠. 보통 어른 밥숟가락으로 약 10mL 액체를 뜰 수 있어요. 10mL는 0.01L니까, 라면 국물 한 숟가락을 정화하려면 50L의 맑은 물이 필요해요. 2L짜리 생수 25병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죠. 또 10mL 기준으로 간장은 300L, 우유 150L, 청주 400L, 식용유 1980L씩 맑은 물이 있어야 정화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물을 오염시키지 않으려면 음식을 먹을 만큼만 만들고 남기지 말아야 해요. 설거지를 할 때나 머리를 감을 때도 세제와 샴푸를 조금씩만 써야 하고요. 스펀지에 마구 펌프질해서 사용하고 있는 주방용 세제도 '추천 사용량'은 매우 적습니다. 설거지하는 데 물을 1L 쓸 거면 세제는 1.5mL만 써야 된대요. 세제를 적게 사용하는 게 힘들다면 아예 설거지 통에 물과 적당량의 세제를 풀어놓고 그릇을 씻는 방법도 있어요.
물에도 오염 정도에 따라 등급이 있어요. 1급수는 냄새 안 나고 가장 깨끗한 물로 사람이 마실 수 있어요. 열목어, 버들치, 가재 등이 살아요. 2급수는 냄새는 안 나지만 마실 순 없어요. 대신 수영은 할 수 있어요. 피라미, 쏘가리, 다슬기가 살아요. 3급수에는 흙이나 모래가 섞여 있어서 탁해요. 농업이나 공업 용수로 사용하고, 붕어·잉어·미꾸라지가 살아요. 4급수는 많이 오염된 물로 썩은 냄새가 나고 어떤 물고기도 살 수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