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95] '가자미'와 '가재미'

입력 : 2021.06.02 03:30
/정서용
/정서용

엊그제 5월 31일은 제26회 '바다의 날'이었어요. 통일신라시대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한 날을 기념하고 바다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1996년 만들어졌어요. 오늘은 바다에서 나는 생선 중에서 특히 많이 헷갈리는 '가자미'와 '간자미'에 대하여 알아볼게요. 일부 지역에선 둘 다 '간재미'라고 불러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는데 둘은 사실 전혀 다른 생선입니다.

'가자미'는 몸이 납작하고 타원형에 가깝고 두 눈은 오른쪽에 몰려 붙어 있으며 넙치보다 몸이 작은 물고기예요. 넙치가자미, 동백가자미, 목탁가자미, 흰비늘가자미 등 가자밋과에 속한 물고기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지요. 많은 사람이 'ㅣ'모음 역행동화에 의해 가자미를 '가재미'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표준어가 아니라 방언이에요. 'ㅣ'모음 역행동화는 뒤에 있는 'ㅣ'모음의 영향을 받아 앞 모음의 소리가 바뀌는 걸 말해요. 문순태 시인의 시 '가재미'도 표준어로 고치면 '가자미'가 맞지요. 또 '강원도 여행에서 먹었던 가재미식해''할머니는 수상하다면서 소현을 가재미눈으로 쳐다봤다'와 같이 '가재미'라고 한 것도 잘못 표현한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가재미'가 표준어로 쓰이고 있답니다.

'가자미눈'이라는 표현은 무슨 뜻일까요? 화가 나서 옆으로 흘겨보는 눈을 가자미 눈에 비유한 말이에요. '가자미눈을 뜨다' '가자미눈을 하고 째려보다'처럼 쓰지요.

'가자미'랑 혼동되는 '간자미'는 '가오리 새끼'를 뜻하는 말이에요. 가오리는 몸은 가로로 넓적한 마름모 모양이고 꼬리가 긴 근해어(육지 가까운 바다에 사는 물고기)입니다. 종류로는 노랑가오리, 살홍어, 전기가오리, 홍어 따위가 있어요. 최근 뉴스에서 '입맛 돋우는 간재미 초무침' '간재미잡이 현장을 찾아간다' '코로나로 간재미 축제가 무기한 연기된다'와 같이 잘못 표현한 말이 많이 보이는데, 모두 '간자미'의 방언이랍니다.

[예문]

―할아버지는 가자미를 먹으면 납작한 아이가 된다고 겁을 주시곤 하셨다.

­―가자미는 허약한 기력을 보강해 주는 음식이라고 동의보감에도 나와 있다.

­―가자미식해는 소화가 잘되어 환자나 노약자의 영양식으로 적합하다고 한다.

­―오빠가 자꾸 나를 귀찮게 굴어서 나는 가자미눈으로 오빠를 째려보았다.

­―할머니는 새콤달콤 간자미무침을 자주 만들어주신다.

­―간자미는 가오리 새끼, 고도리는 고등어 새끼, 모쟁이는 숭어 새끼를 말한다.

류덕엽 교육학 박사·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