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치약 짜듯 벽 쌓아 48시간에 집 한 채 뚝딱 만들어요

입력 : 2021.06.01 03:30

3D 프린터로 집 짓기

3D 프린터로 집을 짓는 모습입니다. /Cool Gadget&stuff 유튜브 캡처
3D 프린터로 집을 짓는 모습입니다. /Cool Gadget&stuff 유튜브 캡처
'3D 프린팅'이 생활 곳곳에 등장하고 있어요. 3D 프린팅은 자동으로 움직이는 출력 장치에 디지털 데이터를 보내 3차원 형상을 구현하는 기술이에요.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세계 여러 곳에서 3D 프린팅 기술로 집 짓기가 활발해지고 있어요. 미국의 3D 프린팅 건축 전문 기업 SQ4D는 최근 미국 최초로 3D 프린팅으로 지은 주택을 일반인에게 분양하는 정부 허가를 받기도 했어요. 분양을 앞둔 이 단층 주택은 약 157.9㎡ 면적에 방 3개가 있고, 차고도 있어요. 수명은 50년, 가격은 29만9999달러(약 3억3000만원)로 주변 주택 시세보다 저렴하다고 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집 짓는 데 48시간밖에 안 걸린다는 거예요.

3D 프린팅 기술로 집을 어떻게 짓는 걸까요? 3D 프린터는 기존에 입력된 도면에 따라 앞뒤(x축), 좌우(y축), 상하(z축)를 움직이며 입체 형상을 만들어요. 프린터에 달린 노즐이 치약을 짜내는 것처럼 특수 콘크리트 액체 등을 뿜어 구조물을 쌓습니다. 건축 현장에서 3D 프린터가 한 번에 집을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공장에서 3D 프린터로 기둥·패널 등 부분을 만든 다음 현장에 가져와 조립하는 경우도 있어요.

3D 프린팅으로 집을 지으면 장점이 많아요. 기계로 집을 짓기 때문에 인력이 거의 필요 없고 공사 기간도 대폭 줄어듭니다. 기계는 쉬지 않고 일하니까요. 결국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지요. 기계로는 사람이 하는 것보다 더욱 정교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재료 낭비도 줄어든다고 해요. 이런 장점 덕분에 3D 프린팅으로 집 짓는 기술은 이재민 임시 주거 시설이나 빈민 주택을 저렴하게 지을 때 쓸 수 있어 착한 기술로 불립니다.

3D 프린팅으로 집 짓는 기술은 계속 발전 중이에요. 단층뿐 아니라 여러 층수의 건물도 지을 수 있어요. 작년 11월 독일 뮌헨에는 3층짜리 아파트가 세워졌어요. 내년 봄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3D 프린터로 만든 목재 패널로 친환경 주택 단지를 조성한다고 하고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는 2025년까지 신축 건물의 25%에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어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3D 프린터를 달에 가져가 거기 있는 재료를 합성해 우주기지를 만드는 계획도 진행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아직 3D 프린터로 집 짓기가 외국만큼 활발하진 않아요. 하지만 앞으로 기술이 더 발전하면 비싼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옵니다.

전종현 디자인 건축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