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밀가루·설탕부터 유리·흙가루까지… 눈에 잘 안 보여도 삶에 큰 역할해요
세상을 움직이는 작은 가루 이야기
최희규, 정유나 지음 l 박범희 그림
출판사 마음이음 l 가격 1만2000원
무겁고 단단한 돌은 집을 지을 때나 다리를 놓을 때, 그리고 길을 포장할 때 쓰기 좋습니다. 물과 기름 같은 액체도 각각 쓰임이 있지요. 그렇다면 '가루'는 어떨까요? 부엌에 있는 밀가루는 맛있는 김치전이 되고, 화장대에 있는 분가루는 중요한 날 엄마를 돋보이게 해주는 역할을 하죠. 또 다른 어떤 가루가 있는지 궁금하면 이 책을 보세요.
이 책은 가루를 연구하는 '분체공학'에 대해 쉽게 설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밀가루·설탕부터 우리 삶을 편하게 해주는 유리 가루와 고분자 가루, 그리고 우리를 병들게 하는 미세 먼지와 석면 가루 등 다양한 가루 열일곱 가지를 소개해요. 각각의 가루에 대해 알고 나면 가루의 성질을 잘 이해할 수 있지요.
밀가루 1㎏ 한 봉지에는 약 1280억개 알갱이가 들어 있어요. 우리는 이 밀가루로 부침개·국수·빵 등 다양한 음식을 만들죠. 그런데 다른 곡식과 달리 밀은 왜 가루로 만들어 먹는 것일까요? 가루는 오래 보관할 수 있고, 부피가 줄어들어 자리도 많이 차지하지 않지요. 가루 입자가 작을수록 서로 잘 달라붙기 때문에 다양한 음식을 만들기에도 좋기 때문이래요.
연필심도 가루로 만들어요. 연필심은 쓱쓱 잘 써지면서도 적당히 단단해야 해요. 흑연과 점토를 섞은 다음에 물을 넣고 반죽해서 뜨거운 불로 구워 만든다고 합니다. 흑연이 많이 들어갈수록 색이 진해지고, 점토가 많이 들어가면 단단해집니다. 용도에 따라 H, HB, 2B, 4B 등으로 연필을 구분해요. 흑연과 점토 비율에 따라 색과 단단함에서 차이가 난답니다.
흙가루는 아름다운 도자기를 만드는 재료가 되기도 하고 우주선을 뜨거운 열로부터 보호해주는 파인세라믹 타일이 되기도 해요. 우주선은 파인세라믹 타일을 잘 붙인 덕분에 1600도 이상 높은 온도에서도 잘 견딜 수 있어요. 우주인의 몸을 보호해주는 아주 중요한 재료이지요.
우리를 치료하는 가루도 있습니다. 가루약은 알약보다 쓰지만 더 빨리 몸에 흡수돼요. 우리 몸에 잘 흡수되려면 그게 무엇이든 잘게 부서져야 하거든요. 음식도 이로 꼭꼭 씹어 잘게 부수어야 소장에서 영양소가 흡수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얼마나 작게 부수어야 하는 걸까요? 탄수화물은 가장 작은 형태인 포도당이, 단백질은 아미노산이, 지방은 지방산과 글리세롤이 될 때까지 작게 부서져야 합니다. 그렇게 부서진 영양소는 너무 작아서 전자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어요.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가루들이 정말 여러 가지 큰 역할을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