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자폐 소녀 찾아온 자연 속 친구들… 세상으로 향하는 문 열어줬어요
입력 : 2021.05.27 03:30
15살 자연주의자의 일기
다라 매커널티는 아일랜드에 사는 열다섯 살 청소년이에요. 매커널티는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쉽게 이야기 나누기 힘든 자폐 스펙트럼 장애(자폐증의 새로운 이름)를 지녔어요. 예민하고 평범하지 않은 매커널티를 아이들은 따돌리고 괴롭혔지요. 슬픔에 빠진 매커널티는 혼자 외로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와 이끼, 곤충과 꽃을 보고 새로운 기쁨을 찾았어요.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이죠. 모든 생명이 연결되어 살아가기에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어요. 이 책은 매커널티가 매일 자연에서 보고 배운 생각들을 인터넷 블로그에 1년 동안 쓴 글입니다.
봄은 하늘 높은 곳에서부터 땅속 뿌리에 이르기까지 마법을 부리는 계절이에요. 5월 18일 아빠와 함께 정원에 작은 연못을 만들었죠. 흙탕물을 채운 연못에는 물벼룩이 나오고, 일주일이 지나자 달팽이와 물방개도 보였어요. 며칠 후엔 잠자리 유충이 보이고 얼마 후엔 올챙이가 꼬물꼬물 헤엄칩니다. 마법에 걸린 것처럼 볼 때마다 가족들이 늘어나는 황홀한 연못이 생겼답니다.
여름에는 더위도 피할 겸 숲으로 자주 산책을 해요.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새의 예쁜 깃털, 천천히 기어가다 날개를 펼치는 딱정벌레에게 마음을 빼앗겨 산책을 중단하기 일쑤지요. 너도밤나무, 자작나무, 플라타너스 등 커다란 나무 밑에 앉으면 울새, 대륙검은지빠귀, 진박새, 푸른박새, 까마귀가 동시에 지저귑니다. 가을에는 흙냄새부터 달라집니다. 적갈색 낙엽을 밟아 바스락 소리를 내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져요. 10월 12일에는 마로니에 열매를 가지고 놀았어요. 뾰족한 가시가 돋는 껍질을 누르면 붉고 반질반질한 열매를 볼 수 있어요.
겨울의 어둠은 살을 에는 유령 같은 바람을 토해내요. 주변이 온통 하얗게 변하는 계절이지요. 1월 4일엔 붉은 솔개를 관찰했어요. 손만 뻗으면 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서 솔개가 나는 것을 보았어요. 붉은 솔개의 날갯짓은 보고 또 봐도 우아해요. 또 들판에서 하늘을 날아가는 찌르레기 떼를 바라보는 것도 행복이지요.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며 커졌다 작아지는 모습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처럼 아름다워요.
매커널티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두렵고 불안과 상처 속에서 살아갔어요. 하지만 자연에서 위로를 받고 힘을 냈지요. 자연은 다시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열도록 용기를 준 친구랍니다. 그는 자연 일기를 쓰면서 가족을 더 사랑하게 됐고 세상과 어울려 살아가는 법도 배웠답니다. 매커널티는 이제 환경 운동가이자 자연주의자로 활동해요. 세계적인 환경단체의 홍보대사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자연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