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94] '돋우다'와 '돋구다'

입력 : 2021.05.26 03:30
[예쁜 말 바른 말] [194] '돋우다'와 '돋구다'

* 최근 개봉된 작품은 탄탄한 구성으로 흥미를 돋궈줬고 영화의 밀도를 더해줬다.

* 시금치와 취나물로 입맛을 돋구다.

위 문장에서 밑줄 친 낱말들은 왠지 익숙하게 들리지만, 다 틀린 표현이에요. '돋워줬고' '돋우다'로 고쳐야 합니다.

'돋우다'에는 '위로 끌어 올려 도드라지거나 높아지게 하다'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호롱불의 심지를 돋우다' '발끝을 돋우어 밖을 내다보았다' 같은 문장에서 쓰죠. 또 '흙으로 더 덮어 두두룩하게 만들다'는 뜻도 있어요. 예를 들면 '물이 잘 빠질 수 있게 밭고랑을 좀 돋우어 놓아라'와 같이 써요. 셋째로 '정도를 더 심하게 하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달빛이 더욱 적막감을 돋우었다' 같을 때 쓰죠. 넷째 뜻은 '감정이나 기색 등을 생겨나게 하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호기심을 돋우다' '화를 돋우다'와 같이 써요. 이 밖에도 '음식이 입맛을 당기게 하다'라는 뜻이 있어요. '적절한 운동은 식욕을 돋운다'처럼 씁니다.

흔히 '돋우다'의 뜻으로 '돋구다'나 '돋다'를 쓰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표준어는 '돋우다'예요.

'돋우다'의 비표준어가 아니라 별도 뜻을 가진 낱말 '돋구다'가 있어요. '안경의 도수 따위를 더 높게 하다'라는 뜻이에요. 그런데 이때는 보통 '높이다'를 많이 쓰죠. 예를 들면 '눈이 침침한 걸 보니 안경 도수를 돋굴 때가 되었나 보다'처럼 쓸 수 있어요.

­[예문]

―경기를 앞둔 선수들에게는 사기를 돋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소한 일로 핏대를 돋워 싸우다 이웃 간에 사이가 멀어지고 말았다.

­―두 살배기 조카가 발끝을 돋우어 창밖을 내다보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빠른 템포의 노래는 신바람을 돋우는 데 효과적이다.

­―컴퓨터 게임을 너무 많이 하더니 동생은 안경을 맞춘 지 1년도 안 되어 안경 도수를 더 돋구었다.

류덕엽 교육학 박사·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