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뼈 없이 흐물흐물·머리에는 낚싯대… 수심 200m서 살기 위한 모습이에요
입력 : 2021.05.26 03:30
심해어(深海魚)
- ▲ 가장 못생긴 동물 1위로 뽑힌 심해어 블롭피시(왼쪽)와 초롱아귀의 모습입니다. /BBC 홈페이지 캡처·MBARI
심해는 일반적으로 수심 200m 이상 깊은 바다를 말해요. 깊은 바다로 들어갈수록 압력은 더욱 강해지는데, 수심 200m는 수심 10m 바다보다 압력이 20배나 세요. 빛도 거의 들어오지 않고 수온도 낮아 생물들이 살아가기 힘든 환경이에요. 심해어들은 이런 곳에서 살 수 있게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적응해 독특한 모습을 갖게 됐어요.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물고기'로 알려진 '블롭피시(blobfish)'는 마치 녹아내리는 양초처럼 흐물흐물한 생김새가 특징이에요. 수심 1200m의 엄청난 압력에 견디기 위해 뼈와 근육 조직이 거의 없어 흐물흐물해진 것이죠. 심해어 중엔 어둠 속에서 잘 볼 수 있도록 눈이 아주 커진 물고기도 있고, 반대로 굳이 볼 필요가 없어 눈이 완전히 퇴화한 물고기도 있어요.
천적을 놀라게 해 쫓아내거나 먹이를 유인할 목적 등으로 몸에서 스스로 빛을 내는 심해어들도 있어요. 초롱아귀도 그중 하나예요. 머리에 달린 나뭇가지 모양 장식은 일종의 낚싯대예요. 맨 끝에 달린 빛이 나는 덩어리를 흔들어 먹잇감을 유인해 잡아먹어요.
하지만 심해어 중에는 움직임이 느려 직접 사냥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이들은 물고기 사체 조각 등 물속에 떠다니는 유기 물질들을 먹고 산답니다. 우리 눈으로 심해어들이 살아 헤엄치는 모습은 보기 힘들어요. 깊은 바다에 적응해 살던 물고기들이 얕은 바다로 올라오면 급격한 수압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몸의 주요 기관들이 망가지거든요. 그래서 초롱아귀처럼 죽은 채 떠오르게 돼요. 하지만 갈수록 심해 탐사 장비들이 발전하면서 심해어의 생태에 대한 궁금증도 조금씩 풀리고 있답니다. 2014년에는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 수심 8145m 지점에서 꼼치류의 한 종류가 헤엄치는 영상이 촬영되기도 했어요.
우리나라도 심해어들이 살고 있어요. 동해는 평균 수심이 1300m에 이르는 대표적인 심해 지역으로 분홍꼼치·줄비늘치·민달고기·가시베도라치 등이 살아요. 남해와 제주 앞바다에도 심해가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