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이야기] 뿌리가 주위 열 흡수해 수증기로 내뿜어… 한여름 지표면 온도 10도 이상 낮춰요

입력 : 2021.05.24 03:30

잔디

초록빛 잔디가 땅을 덮고 있습니다. 잔디의 줄기는 땅 위에 있는 땅위줄기(①)와 땅속에 있는 땅속줄기(②)가 있어요. 땅속줄기는 땅을 기어가듯 옆으로 자라고, 사이사이에 뿌리(③)가 나 있어요. /위키피디아
초록빛 잔디가 땅을 덮고 있습니다. 잔디의 줄기는 땅 위에 있는 땅위줄기(①)와 땅속에 있는 땅속줄기(②)가 있어요. 땅속줄기는 땅을 기어가듯 옆으로 자라고, 사이사이에 뿌리(③)가 나 있어요. /위키피디아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땅들이 초록빛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지금 공원 잔디밭에 나가보면 새 잔디들이 파릇파릇 자란 것을 관찰할 수 있어요. 잔디는 어른 손바닥 길이 정도로 길이가 일정하고 사람이 여러 번 밟아도 살아남는 성질이 있는 식물이에요.

잔디류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겉모양은 다들 비슷하지만 좋아하는 기온이 달라요. 우리나라와 중국·일본 등에서 자생해 흔히 한국 잔디라고 불리는 '들잔디'와 '금잔디'는 따뜻한 곳에서 잘 자라 5월부터 9월까지 초록빛 잎을 냅니다. 추운 곳에서도 잘 자라는 서양 잔디 '벤트그래스'나 '왕포아풀' 등은 1년 내내 초록빛을 유지한답니다.

잔디는 뜨거운 여름 지표면의 열기를 식혀주는 역할도 해요. 한여름에 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흙이 드러난 지표면 온도는 50도에 이를 정도로 뜨거워져요. 그런데 잔디가 덮여 있으면 지표면 온도가 34~35도 정도까지만 올라간다고 합니다. 일반 보도블록 대신 잔디를 깔면 지표면 온도를 10도 이상 낮출 수 있는 것이죠.

이렇게 잔디가 지표면 온도를 낮출 수 있는 것은 잔디 뿌리 덕분이에요. 식물의 줄기는 보통 땅 위에 있는 경우가 많지만, 잔디는 줄기가 땅속에 있는 '땅속줄기'를 갖고 있어요. 잔디의 땅속줄기는 땅을 기어 다니는 것처럼 옆으로 자라나는데, 줄기 사이사이 아래로 내린 뿌리가 달려 있어요. 그래서 잔디밭 지표면 아래 30㎝ 이내 부분은 뿌리 달린 땅속줄기로 가득 차 있고, 사이사이에 흙이 촘촘하게 엉기어 있답니다.

그 결과 땅속줄기는 살아있는 '수분 저장소'이자 '에어컨' 역할을 합니다. 촘촘한 뿌리가 땅속 수분을 흡수해서 바깥 기온이 높아져도 뿌리의 온도는 크게 높아지지 않도록 조절하기 때문이에요. 기온이 너무 높아졌을 때는 주변의 열을 흡수해서 체내 수분을 수증기로 만들어요. 그리고 잎의 작은 숨구멍을 통해 수증기를 내보내지요. 그 결과 주변의 온도는 낮아지는 에어컨 역할을 하게 됩니다.

잔디의 이런 기온 조절 효과 때문에 기후 온난화의 대응책으로 잔디밭을 많이 조성하자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어요. 대도시에는 사람이 많이 살고 건물도 많아서 주변 지역보다 온도가 높이 올라가는데 이를 '열섬 현상'이라고 해요. 열섬 현상을 줄이기 위해 건물 옆에 잔디밭을 기본으로 하는 녹지를 만들자는 것이죠. 최근에는 잔디를 건물 지붕에 깔았더니 실내로 유입되는 열이 30% 정도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어요.

최새미 식물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