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이야기] 한밤중 암컷 놓고 벌이는 멧토끼 결투… 유전자 퍼뜨리려는 동물의 본능이죠
입력 : 2021.05.19 03:30
수컷들의 싸움
- ▲ /ⓒErlend Haarberg/naturepl.com
수컷들이 암컷의 짝이 되기 위해 이렇게 싸우는 이유는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자손들을 대대손손 퍼뜨리고 싶은 본능 때문이랍니다. 이런 본능은 앞으로 태어날 새끼들이 더욱 튼튼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해요. 결국은 힘세고 튼튼한 수컷이 싸움에서 이겨 암컷과 짝을 지으면 그들을 닮은 강한 후손이 태어나게 되니까요.
특히 포유동물 중에서는 수컷 한 마리가 여러 마리의 암컷들을 한꺼번에 거느리며 짝짓기를 하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 동물들의 무리를 하렘(harem)이라고 해요. 하렘을 이루는 동물일수록 살벌한 수컷끼리의 싸움이 벌어진답니다.
물범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큰 코끼리물범은 번식철이 되면 경쟁에서 이긴 한 마리의 수컷만이 수십 마리의 암컷들과 짝을 지을 수 있어요. 이 때문에 수컷 코끼리물범들은 서로의 몸을 부딪치면서 살벌한 전투를 벌이고, 그 과정에서 수컷이 죽는 경우도 있어요. 고양잇과 맹수인 사자도 번식철이 되면 경쟁에서 이긴 수컷이 주변의 암컷들과 짝을 지을 수 있게 되고 패배한 수컷들은 무리에서 쫓겨나요. 특히 사자는 침입자 수컷이 기존 수컷을 쫓아내고 새로운 우두머리로 등극하면, 기존 수컷의 새끼들을 모조리 물어 죽여요. 새끼가 있으면 암컷들이 수유도 해야 하고 새끼들을 돌보느라 짝짓기를 안 하려고 하기 때문이에요.
새들도 번식철이 되면 암컷을 두고 수컷들 사이에 구애(求愛) 경쟁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포유동물처럼 직접 몸을 부딪치면서 싸우는 경우는 드물어요. 대신 화려한 색깔의 몸과 당당한 풍채를 과시하거나(공작·군함조), 멋진 춤을 추거나(두루미·느시), 또는 먹이를 사냥해 가져다 주는 방식(쇠제비갈매기·물총새) 등으로 암컷들의 마음을 얻으려고 해요. 암컷 입장에서는 덩치가 우람하고 깃털이 화려하거나, 먹잇감을 잘 물어오는 수컷은 튼튼하고 건강한 2세를 만들어줄 듬직한 신랑감으로 여겨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