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수학산책] 수학의 노벨상… 27세 요절한 비운의 천재 기렸어요

입력 : 2021.05.13 03:30

아벨상

닐스 헨리크 아벨 초상화. /위키피디아
닐스 헨리크 아벨 초상화. /위키피디아
지난 3월 17일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벨상' 수상자가 발표됐어요. 로바스 라슬로 헝가리 알프레드레니수학연구소(ELKH) 연구원과 에이비 위그더슨 미국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교수가 선정됐습니다. 이들은 컴퓨터 과학과 수학을 결합해 인터넷에서 보안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이론을 만든 업적을 인정받았어요.

아벨상은 노르웨이 정부가 노르웨이 출신 비운의 천재 수학자 닐스 헨리크 아벨(1802~1829)을 기리고자 2002년 제정했어요. 수학 분야 국제상으로는 4년에 한 번 발표하는 '필즈상'의 역사가 85년으로 길고 가장 유명해요. 하지만 필즈상은 40세 이하 수학자에게만 주고 노벨상처럼 매년 발표하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이에 아벨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평생 수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학자에게 주는 아벨상이 제정됐습니다. 아벨상은 필즈상과 달리 나이 제한이 없고, 상금은 750만 노르웨이크로네(약 10억2000만원)예요. 필즈상은 앞으로 기대되는 젊은 수학자를 위한 상이고, 아벨상은 평생의 업적을 기리는 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수학자 아벨은 불과 19세에 5차 이상 방정식은 근(根)을 구하는 공식이 없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낸 인물이에요. 아벨은 이 증명이 실린 논문을 자비로 출판하여 당시 수학의 대가들에게 보냈어요. 하지만 아벨의 업적은 수학계의 무관심 속에 묻혀버렸고, 아벨은 변변한 일자리도 구하지 못한 채 가난에 시달리다 결국 27세에 결핵에 걸려 세상을 떠났어요. 안타깝게도 그가 사망하고 이틀 후 독일 베를린대학에서 수학 교수로 초빙한다는 편지가 도착했어요.

노르웨이 정부는 우표와 지폐에 그의 얼굴을 새겨 기렸고, 수학자들은 많은 수학 이론에 아벨의 이름을 붙였답니다. '아벨 군' '아벨의 정리' '아벨의 적분' 등이 대표적이에요.

역대 아벨상 수상자 중에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존 내시 교수가 유명해요. 그는 2015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아벨상 시상식에 참석한 후 귀국해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던 중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벨상 최초 여성 수상자는 2019년 미국 텍사스대 캐런 울런벡 교수예요. 85년 전통의 필즈상에서도 첫 여성 수상자는 2014년에야 나왔죠. 필즈상 첫 여성 수상자 마리암 미르자하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암에 걸려 2017년 세상을 떠났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당분간 아벨상을 기대하긴 힘들 것 같아요. 수학 연구의 역사가 불과 50년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수학계가 활력이 넘치고 있고 매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에 필즈상은 기대해볼 만해요.

그렇다면 노벨상에는 왜 수학 분야가 없는 걸까요? 노벨상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이 당시 스웨덴 수학계의 대가인 미타그 레플레르와 사이가 나빴기 때문이라는 설, 노벨이 이론 위주인 수학이 실용성 있는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설 등이 있지만 확인되진 않았어요.
이광연·한서대 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