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애먼'과 '앰한'
* '어릴 적 집에 있으면 괜스레 어만 사고만 치기 일쑤였다'
* '정치인들이 어먼 이야기를 해서 국민들의 힘을 분산시켜서는 안 된다'
이 예문들은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문장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어만'과 '어먼'은 모두 틀리는 말이에요. '애먼'으로 고쳐야 합니다.
'애먼'은 관형사로서 '일의 결과가 다르게 돌아가 억울하게 느껴지는'이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애먼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다' '애먼 징역을 살다'같이 씁니다. 또 '일의 결과가 다르게 돌아가 엉뚱하게 느껴지는'이라는 뜻도 있어요. 예를 들면 '애먼 짓 할 생각 말고 가만히 있어라' '해야 할 일은 제쳐 두고 애먼 일만 붙들고 있다'와 같이 씁니다. '애먼' 대신 에문, 어만, 어먼, 에멘 등으로 쓰는 지역도 있지만, '애먼'만 표준어라는 것을 알아두세요.
'애먼'과 비슷한 뜻의 '앰한'은 형용사 '앰하다'의 활용형이에요. '앰하다'는 '애매하다'의 준말이에요. '애매하다'에는 '희미하여 분명하지 않다'는 뜻도 있지만, '아무 잘못 없이 꾸중을 듣거나 벌을 받아 억울하다'는 뜻도 있어요. 예를 들면 '앰한 사람한테 분풀이하지 마라' '나는 아무 잘못도 없이 어머니께 앰하게 꾸중을 들었다'와 같이 써요.
간혹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는 엄한 사람이 가해자로 알려져 큰 피해를 봤다"와 같이 표현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나 '엄한'은 '매우 철저하다' '매우 까다롭다'는 뜻이 있는 '엄(嚴)하다'의 활용형이므로 '엄한 사람'은 '학생들에게 엄한 선생님'처럼 성격이나 행동이 철저하고 까다로운 사람을 뜻합니다. 따라서 위 예문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는 엄한 사람'에서 '엄한'은 '애먼' 또는 '앰한'으로 바꿔 써야 맞아요. 아울러 '애먼'은 '애먼 사람, 애먼 짓, 애먼 곳' 등과 같이 사람뿐 아니라 일이나 물건 등도 꾸밀 수 있지만, '앰한'은 사람만 꾸밀 수 있습니다.
<예문>
―선출직 정치인들의 도중하차로 치르게 된 보궐선거에 애먼 국민 세금만 엄청나게 소모되었다.
―정부와 여당이 "모든 공무원 재산 등록 대책" 발표에 애먼 하위직 공무원들까지 범죄자 취급한다며 불만을 제기하였다.
―반조리 식품이 늘어나면서 젊은이들은 외식에 애먼 돈을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가상 화폐에 대한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으로 뒤늦게 뛰어든 애먼 투자자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
―녀석이 저지른 실수 탓에 앰한 사람까지 화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