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이야기] 19세기 말 러시아 휩쓴 허무주의·무신론 비판했어요
입력 : 2021.05.11 03:30
도스토옙스키의 악령
- ▲ ‘네차예프 사건’의 주인공 세르게이 네차예프입니다. /위키피디아
이 작품은 1869년 모스크바에서 실제로 일어난 '네차예프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어요. 당시 러시아에는 허무주의와 무신론(無神論)이 팽배했어요. 허무주의는 일체의 사물이나 현상이 존재하지 않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는 태도예요. 모든 사회 제도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무정부주의도 허무주의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네차예프는 동료들과 무정부주의 비밀 혁명 조직을 만들었는데, 한 동료가 조직을 탈퇴하려 하자 네차예프 등은 그를 살해하고 학교 연못에 던져버렸어요.
도스토옙스키는 네차예프 사건이 보여준 허무주의와 무신론 등을 '악령'으로 보고 작품에서 비판한 것이지요. '악령' 속 등장하는 지방 소도시 지주의 아들 니콜라이 스타브로긴은 큰 도시에 나가 살다가 20대 청년이 되어 집으로 돌아와요. 미남이고 우아한 태도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다른 사람의 귀를 무는 등 이상한 행동들을 하죠. 결국 요양차 다시 고향을 떠나고, 4년 후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이때 표트르 트리피모비치라는 인물이 한 가지 음모를 꾸며요. 동네 불량배 다섯을 불러 모아 '5인조'라는 비밀혁명조직을 만들고, 자신의 무신론적 혁명사상을 반대하는 샤토프를 살해하도록 지시해요. 이런 트리피모비치의 몹쓸 행동은 스타브로긴이 뒤에서 조종한 것이에요. 스타브로긴이나 트리피모비치나 모두 '악령(惡靈)'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인물들입니다.
도스토옙스키는 허무주의가 사람들로 하여금 이성을 잃게 만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날 우리 시대를 떠도는 악령은 무엇일지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