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중국 도자기 부러워하던 유럽, 소 뼛가루로 '본 차이나' 만들었죠

입력 : 2021.05.11 03:30

도자기

1815~1820년 제작된 본 차이나 컵과 받침.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
1815~1820년 제작된 본 차이나 컵과 받침.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
최근 한 장관 후보자의 아내가 영국에서 도자기를 대량 밀반입해 논란이 됐습니다. 도자기는 영어로 차이나(China·중국)일 정도로 동아시아 지역이 유명한 줄 알았는데, 이번 사건으로 영국 도자기가 유명하다는 사실에 궁금증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도자기는 언제 발명됐고 전 세계에 어떻게 퍼져 나갔을까요?

도자기는 진흙으로 빚어 높은 온도에서 구워 낸 그릇을 말해요. 보통 1000도 이하에서 구우면 도기, 1300도 이상 높은 온도에서 구우면 자기라고 하는데, 이를 합쳐 도자기라고 불러요. 도자기의 기원은 토기예요. 신석기시대 농경과 목축 생활을 시작하면서 식량을 저장할 그릇이 필요했고 흙을 빚어 그릇 모양을 만들었어요. 도자기는 인류 문명과 함께 동서양 양쪽에서 오랫동안 발전해왔어요. 고대 그리스의 도자기 유물도 상당히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도 도자기가 '동아시아의 발명품' 이미지가 강한 것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크게 발전했기 때문이에요.

초기 도자기는 물을 흡수해 음식을 보관하기 적합하지 않았어요. 중동과 중국에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약을 개발했어요. 유리질 분말인 유약을 도자기 표면에 발라 고온에서 녹이면 도자기가 튼튼해지고 방수 능력이 생겨요. 특히 중국에서는 유약뿐 아니라 고령토를 이용해 고온을 견딜 수 있는 견고한 도자기를 만들어냈어요. 도자기는 고온에서 구울수록 튼튼해집니다. 도자기가 '차이나'로 붙린 것도 중국 도자기가 전 세계에 수출됐기 때문이에요. 한국 역시 고려와 조선 시대에 질 높은 도자기를 만들어냈지요.

유럽은 17세기까지만 해도 중국 도자기를 수입하기 위해 애썼어요. 그런데 18세기부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당시 독일의 작센 선제후국 아우구스트 2세는 도자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특히 네덜란드가 일본 도자기 무역을 독점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것을 보고 도자기를 자체 생산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아우구스트는 연금술사 요한 뵈트거에게 도자기를 만들어내라는 명령을 내렸는데, 뵈트거는 다양한 실험 끝에 고령토가 중국 도자기의 비결이라는 걸 밝혀냈어요. 결국 1710년부터 작센의 마이센 지역에서 고령토로 도자기를 만들었고, 마이센 도자기는 유럽 시장을 휩쓸었어요. 중국산 도자기는 서민용으로 전락했습니다.

마이센 도자기의 비결은 유럽 곳곳에 퍼져나가 덴마크·네덜란드 등에서 우수한 도자기가 탄생했어요. 영국은 마이센 도자기의 비결이 고령토라는 것은 알았지만 구하기 쉽지 않자 대체할 물질을 찾았어요. 1748년 토머스 프라이라는 영국 도공이 소의 뼛가루를 진흙에 혼합하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렇게 만든 도자기를 '본(Bone·뼈) 차이나'라고 불렀죠. 결국 18세기 이후엔 유럽이 도자기의 종주국이라 불리는 중국을 뛰어넘었고, 현대사회에선 고급으로 인정받는 도자기는 대부분 유럽산입니다.
김현철·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