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이야기] 돌아가신 부모님께 흰색, 살아계시면 빨간색 드려요

입력 : 2021.05.10 03:30

카네이션

카네이션은 흰색, 빨간색, 테두리 색이 다른 품종 등 색과 모양이 다양해요. /펙셀스
카네이션은 흰색, 빨간색, 테두리 색이 다른 품종 등 색과 모양이 다양해요. /펙셀스
어버이날이었던 8일 대형 마트부터 길거리 꽃 가게까지 카네이션으로 넘쳐났습니다. 요즘엔 부모님께 카네이션 대신 현금 등 다양한 선물을 주는 추세지만, 그래도 여전히 카네이션을 빼놓고 어버이날을 떠올리긴 쉽지 않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요양원에 있는 어머니께 카네이션을 직접 달아주지 못해 유리창에 카네이션을 달아놓은 자식들의 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오네요.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주는 풍습은 언제 생겨난 걸까요? 1907년 미국의 애나 자비스라는 여성이 어머니가 좋아하던 카네이션을 영전에 바치고 이웃에게 나누었는데, 이를 계기로 1914년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매년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어머니의 날'로 공식 지정했습니다. 애나 자비스는 흰색 카네이션을 어머니께 바친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이후 돌아가신 어머니에겐 흰색 카네이션을, 살아있는 어머니에겐 빨간색 카네이션을 드리는 문화가 생겼다고 합니다. 이런 풍습이 우리나라에도 전해져 어버이날 붉은 카네이션을 드리게 됐습니다.

카네이션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으로, 2000년 전부터 재배됐습니다. 원래 꽃 색은 연분홍을 띤 자주색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원래 색을 알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이 오랫동안 품종 개량을 해왔어요. 그 결과 지금은 모양과 색이 다양한 300품종 이상 카네이션이 전 세계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초기 카네이션 개량은 색깔이나 모양을 다양하게 만드는 데 집중됐어요. 카네이션은 장미나 국화보다 꽃잎이 얇아서 색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고, 보통 식물이 같은 종(種)끼리만 교배되는 것과 달리 더 넓은 범위의 식물들과 교배될 수 있는 특징이 있어요. 이런 특징 덕분에 카네이션은 1700년대 이후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을 중심으로 진홍색, 보라색, 흰색, 노란색, 점무늬, 줄무늬 등 다양한 색깔·모양이 개발됐습니다.

최근에는 유전공학의 발달로 자연적으로 가질 수 없는 색이나 두 가지 이상 색을 갖는 품종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꽃에 들어 있는 색소나 수소이온농도(pH) 등을 조절해 무늬가 독특한 카네이션을 개발합니다. 예를 들면 1994년 일본과 호주 연구진은 피튜니아의 푸른 색소를 만드는 유전자를 카네이션에 이식해 보라색에 가까운 '문더스트'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우리나라 연구진도 2013년 꽃잎 바탕색은 분홍, 가장자리는 보라색을 띠는 '마블뷰티', 2014년 파스텔톤 연둣빛이 나는 '그린뷰티' 등을 개발했습니다.

우리가 주로 보는 카네이션은 꽃잎이 여러 장 겹쳐 있는 겹꽃인데, 꽃잎이 겹치지 않은 '홑꽃'도 개발됐어요. 카네이션은 본래 해가 많이 드는 7~8월에 꽃을 피우지만, 5월에 주고받는 카네이션은 대부분 온실에서 자란 것입니다.
최새미 식물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