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이야기] 귀여운 고양이처럼 생겼지만 사슴도 잡아먹는 맹수래요

입력 : 2021.05.05 03:30

보브캣

/미국 국립공원관리청 페이스북
/미국 국립공원관리청 페이스북
최근 미국에서는 인터넷에 고양이 사진을 올리는 것이 유행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고양이가 수납용 상자나 세면대 같은 엉뚱한 공간에 쏙 들어가 있는 사진을 올리는데요. 이런 고양이 사진의 제목은 '자리만 맞으면 난 앉는다'입니다. 엉뚱한 곳에 앉아있는 고양이를 재미있게 표현한 거예요.

미국 국립공원관리청도 고양이 사진 올리기에 동참했습니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이 인터넷에 올린 사진은 애리조나주 사막의 커다란 선인장 틈새에 들어간 동물 사진이었어요. 이 동물은 사실 고양이가 아니라 고양이를 빼닮은 '보브캣(bobcat)'인데요. 퓨마·재규어와 함께 아메리카 대륙을 대표하는 고양잇과 맹수입니다. 다 자라면 몸길이가 1.2m, 몸무게는 15kg 정도 나가요. 보통 고양이보다 2배 이상 크답니다.

보브캣은 쫑긋 서 있는 듯 눈에 띄는 귀와 수북한 털, 붉거나 갈색빛에 점박이 무늬가 특징입니다. 많은 고양잇과 맹수들처럼 보브캣도 뛰어난 사냥꾼인데요. 토끼와 쥐·다람쥐 같은 작은 짐승들을 주로 잡아먹지만 어린 사슴, 뱀, 도마뱀까지도 사냥한다고 해요. 심지어 나는 새를 땅에서 펄쩍 뛰어서 잡을 정도로 높이 뛰어오를 수 있지요. 달릴 때는 시속 48㎞까지 속도를 낼 수 있고, 나무도 능숙하게 오를 수 있습니다. 야행성이라 밤에 주로 사냥을 하는데 먹잇감을 쫓아 최대 11㎞까지 이동할 정도로 집중력과 인내심도 뛰어납니다. 사자·호랑이·표범 등 덩치 큰 맹수들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 사냥 솜씨 때문에 사람들의 미움을 받기도 해요. 농가까지 접근해서 집에서 키우는 개와 고양이·염소·양·닭 등을 잡아먹기도 하거든요.

새끼 때 보브캣의 모습은 여느 고양이와 다르지 않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종종 길 잃은 새끼 고양이인 줄 알고 보브캣 새끼를 데려다 키우다가 뒤늦게 맹수임을 알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고 해요.

보브캣은 사진에서처럼 날카로운 선인장 가시덤불 속에 숨어들 정도로 주변 환경에 잘 적응합니다. 건조한 사막, 깊은 숲 속, 늪지대, 심지어 도시 주변 지역에서도 살아갈 정도니까요. 하지만 최근 도시 개발 등으로 서식지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요. 그래서 보호 대책을 세워두지 않으면 곧 숫자가 줄어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요.

우리 한반도에도 보브캣과 비슷한 동물이 살고 있습니다. 보브캣과는 친척뻘인 셈인데요. 바로 스라소니입니다. 보브캣보다 덩치는 조금 크고 생김새는 비슷하며 뛰어난 환경 적응력과 사냥 실력까지 비슷하답니다. 그래서 보브캣을 '붉은 스라소니'라고 부르기도 해요. 스라소니는 남한의 야생에서는 볼 수 없고 현재 북한의 일부 지역에만 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