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91] '오뚝이'와 '오뚜기'

입력 : 2021.05.05 03:30
[예쁜 말 바른 말] [191] '오뚝이'와 '오뚜기'

'결박을 당하고 떼구루루 굴러서 (오뚝이/오뚜기)처럼 벌떡 일어나 앉던 것을 생각해 보고는 혼자 웃었다.'

소설가 염상섭이 쓴 '무화과'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괄호 안에 들어갈 알맞은 표현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오뚝이'입니다. '오뚝이'는 '오뚜기'로 발음하는 데다 '오뚜기'라는 식품 업체가 있어 '오뚜기'로 잘못 아는 사람이 많습니다. 오늘은 '오뚝이'의 뜻과 정확한 쓰임에 대해 알아봅시다.

'오뚝이'는 '밑을 무겁게 하여 아무렇게나 굴려도 오뚝오뚝 일어나게 만든 어린아이들의 장난감 인형'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예를 들면 '오뚝이가 쓰러졌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와 같이 쓸 수 있어요. '오뚝이'는 사람이나 사물의 성질과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 '오뚝하다'에 '-이'가 붙어서 명사가 된 건데요. 한글 맞춤법에 따르면 '-하다' '-거리다'가 붙는 어근에 '-이'가 붙어서 된 말은 그 원형을 밝혀 적어요. 그래서 '오뚝이'가 맞는 표기지요. '오뚝이'와 같이 그 원형을 밝혀 적는 단어로 '꿀꿀이, 깔쭉이, 배불뚝이, 살살이, 홀쭉이' 등이 있어요.

'오뚝하다'는 '작은 물건이 도드라지게 높이 솟아 있는 상태'를 뜻합니다. '바위가 오뚝하다' '코가 오뚝하다'와 같이 쓰지요. 그런데 '코가 오똑하다'처럼 '오뚝하다'를 '오똑하다'로 잘못 쓰는 사람이 많아요. 우리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음조화에 익숙해져서 그러는데요. 모음조화는 양성모음은 양성모음끼리 이어지고 음성모음은 음성모음끼리 이어지는 현상을 말해요. 양성모음은 어감이 밝고 산뜻한 모음으로 'ㅏ' 'ㅗ' 'ㅑ' 'ㅛ' 'ㅘ' 'ㅚ' 'ㅐ' 등입니다. 음성모음은 어감이 어둡고 큰 모음으로 'ㅓ' 'ㅜ' 'ㅕ' 'ㅠ' 'ㅔ' 'ㅝ' 'ㅟ' 'ㅖ' 등이지요.

표준어 규정은 '양성모음이 음성모음으로 바뀌어 굳어진 단어는 음성모음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깡총깡총'이 아닌 '깡충깡충', '막동이'가 아닌 '막둥이', '쌍동이'가 아닌 '쌍둥이'가 맞는 표현입니다. 마찬가지로 '오똑이'도 잘못된 표현이고 '오뚝이'가 맞는답니다.

〈예문〉

―­'오뚝이 근성'이라는 말은 '실패해도 굴복하지 않고 다시 시작하는 특성이 뿌리가 깊게 박힌 성질'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 팀워크는 오뚝이 같아요. 서로 갈등이나 대립이 있어도 금방 원래대로 돌아오거든요.

­―최근 명문대 창업 동아리 출신 오뚝이로 알려진 청년 기업가가 10번 도전 끝에 대박을 냈다는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

류덕엽 교육학 박사·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