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이야기] 곤충 움직임이 두 번 감지되면 잎 닫아 잡아먹어요

입력 : 2021.05.03 03:30

파리지옥

파리지옥이 포충엽을 닫은 모습(왼쪽)과 파리가 파리지옥에 잡힌 모습입니다. /위키피디아
파리지옥이 포충엽을 닫은 모습(왼쪽)과 파리가 파리지옥에 잡힌 모습입니다. /위키피디아
날이 따뜻해지면서 벌레와 곤충의 활동이 활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전등 아래에서 파리가 '윙~윙~' 소리를 내고, 음식물 쓰레기에는 초파리가 날아들어요. 모기에 물려 피부가 부어오른 사람도 있지요.

벌레가 귀를 간지럽게 할 때마다 '벌레잡이 식물'을 키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벌레잡이 식물은 곤충을 잡아먹는 식물입니다. 습지나 암벽처럼 영양소가 부족한 척박한 환경에서 광합성 대신 '단백질 덩어리'인 곤충을 잡고 이를 분해해 영양소를 얻어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 식물이지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식충(食蟲)식물은 바로 '파리지옥(Flytrap)'입니다. 파리지옥은 잎이 양쪽에서 오므라드는 덫 모양인데요. 이렇게 날아 붙는 벌레를 잡아 소화시키는 잎을 '포충엽(捕蟲葉)'이라고 합니다. 벌레를 잡는 잎이라는 뜻이지요. 파리지옥은 냄새를 풍겨 파리를 유인하고 나서 파리가 포충엽 안쪽의 작은 털인 감각모를 건드리면 재빠르게 포충엽을 닫아버려요. 포충엽을 닫을 때 1000분의 1초밖에 걸리지 않는대요. 포충엽 바깥쪽에는 가시 같은 갈퀴가 있어서 한번 잡힌 파리는 절대 빠져나갈 수 없어요. 파리지옥은 이렇게 잡은 파리를 7~10일 동안 가둬놓고 천천히 소화시킵니다.

파리지옥은 어떻게 곤충을 알아보고 사냥할까요? 스위스와 일본 연구진 등은 파리지옥이 나뭇잎이나 먼지가 떨어졌을 때는 닫히지 않다가 움직이는 곤충이 접근해 감각모 2개 이상을 30초 안에 건드리면 빠르게 닫히는 것을 발견했어요. 감각모가 한 번만 짧게 건드려지면 움직이지 않지만, 두 번 이상 짧은 자극이 쌓이거나 한 번의 느리고 긴 자극이 주어지면 전기 신호가 흘러 덫이 닫혔어요. 과학자들은 파리지옥이 두 번 이상 짧은 자극을 통해 파리·개미·거미 등을 인지하고, 한 번의 느리고 긴 자극을 통해 민달팽이·애벌레 등을 인지한다고 설명했어요.

파리지옥의 포충엽은 어떻게 발달했을까요? 연구자들은 최근 유전자에서 이유를 찾았습니다. 파리지옥과 같은 벌레잡이 식물은 온전히 곤충을 소화하는 기능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그래서 소화 효소를 분비하고 잎에서 곤충을 유인하기 위한 냄새를 풍기는 기능을 가지게 됐어요. 그 결과 파리지옥은 다른 식물에 비해 포충엽이 섬세하게 발달했고 뿌리는 매우 작아요.

재미있는 점은 파리지옥은 벌레를 잡아먹으면서 번식은 벌레의 도움을 받아 한다는 거예요. 파리지옥은 다른 식물들처럼 곤충에게 꽃가루를 묻혀 번식하는데요. 이들 곤충은 어떻게 포충엽에 잡히지 않을까요? '꼬마꽃벌'이나 '큰뿔딱정벌레' 등은 파리지옥의 포충엽에 있는 감각모를 피해서 돌아다니기 때문에 무시무시한 덫을 피해 꽃가루를 몸에 묻히고 널리 퍼뜨릴 수 있다고 합니다.

최새미 식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