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클래식 따라잡기] 지루한 멜로디?… 화려하고 빠른 자장가도 있어요
입력 : 2021.05.03 03:30
고전음악 속 자장가
- ▲ /그래픽=백형선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노래예요
먼저 '가곡의 왕' 프란츠 슈베르트의 자장가입니다. 그는 열아홉 살이었던 1816년 작품번호 'D498'을 작곡했는데요. 서정적인 민요풍의 시를 많이 쓴 독일 시인 마티아스 클라우디우스의 시로 노래를 만들었어요. '잘 자라 잘 자라 노래를 들으며 옥같이 예쁜 우리 아가야 귀여운 너 잠잘 때 하늘하늘 나비 춤추네'라는 노래는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도 수록돼 있답니다.
슈베르트의 자장가가 부드럽고 소담스러운 분위기라면 독일의 낭만파 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의 자장가는 이보다 좀 더 중후한 매력이 있습니다. 브람스의 자장가는 작품 번호 49에 들어 있는 다섯 곡 중 네 번째 곡인데요. 그는 젊었을 때 함부르크 여성 합창단의 지휘자로 근무했어요. 그때 단원 중에 베르타라는 여성과 친했는데, 그녀가 둘째 아이에게 자신과 같은 요하네스라는 이름을 붙이자 감사의 표시로 이 곡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독일 민요 시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와 '독일 동화집'에 나오는 내용을 가사로 썼어요. '잘 자라 내 아기 내 귀여운 아기 장미와 패랭이꽃이 수놓인 이불 속에서 잘 자라 내 아기 밤새 편히 쉬고 아침이 창 앞에 찾아올 때까지'라는 노래이지요.
흔들리는 요람을 떠오르게 해요
슈베르트·브람스의 자장가와 함께 학교에서 음악 시간에 반드시 배우는 자장가가 있습니다. 작품번호로는'K350'인데요. '모차르트의 자장가'라고 알려진 이 곡은 사실 모차르트의 작품이 아니에요. 의사이자 아마추어 음악가였던 베른하르트 플리스가 만든 곡이지요. 모차르트의 노래는 아니지만 워낙 오랫동안 모차르트의 작품으로 알려진 터라 지금도 '모차르트의 자장가'로 불리고 있어요. '잘 자라 우리 아가 앞뜰과 뒷동산에 새들도 아가 양도 다들 자는데 달님은 영창으로 은구슬 금구슬을 보내는 이 한밤 잘 자라 우리 아가 잘 자거라'라는 서정적인 가사가 특징입니다. 이 곡의 가사는 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 프리드리히 고터가 썼답니다.
천재 피아니스트였던 쇼팽이 쓴 자장가에는 아기가 자고 있는 요람이 흔들리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리듬이 있어요. 쇼팽의 자장가 '작품번호 57'은 피아노곡인데요. 연주할 때 왼손으로 편안하면서도 부드러운 요람의 움직임을 표현해요. 약 5분 동안 왼손의 화음은 두 종류만 똑같이 반복되는데요. 오른손으로는 쇼팽 특유의 화려한 멜로디를 변화무쌍하게 연주해요. 단순한 화성의 진행이지만 지루할 틈 없이 새로운 요소가 계속 등장해 성인들이 감상하기에도 좋아요.
슈만의 모음곡 '어린이의 정경' 중에 나오는 '어린이는 잠잔다' 역시 자장가의 성격을 갖고 있어요. 박자가 느리고 리듬을 왼손과 오른손이 번갈아 연주하는데요. 감성적인 멜로디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답니다.
클래식과 재즈를 결합해 탄생했어요
이번에는 미국으로 가볼게요. 미국에서 유명한 자장가는 조지 거슈윈의 '서머타임'입니다. 조지 거슈윈은 클래식과 재즈를 결합한 독특한 장르의 음악을 발표하며 인기를 끌었던 작곡가인데요. 그가 쓴 '스와니강'은 악보가 100만장이 넘게 팔렸다고 합니다. 서머타임은 그의 오페라 '포기와 베스'에 나오는 노래인데요. 거슈윈의 작품 가운데 제일 유명한 노래입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편곡으로 사랑받고 있지요. 오페라의 첫머리에서 어부 제이크의 아내인 클라라는 아기를 안고 '여름엔 사는 것이 편안하단다 물고기는 펄쩍 뛰어오르고 목화는 높게 자라지 네 아빠는 부자고 네 엄마는 미인이란다 그러니 아가야 울지 말아라'라며 자장가를 부른답니다.
자장가는 대부분 길이가 짧아 아기들을 재울 때 여러 번 반복해서 들려줍니다. 고전음악 속 자장가들이 지니고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떠올린다면 계속해서 들어도 질리지 않는답니다. 이제는 자장가가 없어도 되는 나이가 되었나요? 그래도 오랜만에 자장가를 들어보면 어떨까요?
[아이와 관련 없는 자장가도 있어요]
프랑스 작곡가 드뷔시의 '영웅의 자장가'는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대항했던 벨기에의 왕 알베르 1세를 칭송하기 위해 만든 작품인데요. 피아노곡에서 오케스트라용으로 편곡돼 널리 알려졌어요. 이 작품의 제목은 자장가이지만 노래의 분위기는 전쟁의 심각함과 그 결과가 주는 비극을 나타내듯 무겁고 진지해요.
프랑스의 라벨이 1922년 발표한 '포레의 이름에 의한 자장가'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로 연주하는 작품인데요. 라벨은 자신이 존경하던 스승 가브리엘 포레의 철자 12글자를 음이름으로 바꿨어요. 예를 들면 알파벳 G는 '솔'로 바꾸는 식이었지요. 이렇게 바꾼 12음을 작품의 첫 멜로디로 사용해 선생님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어요. 피아노와 바이올린 두 악기의 순수하고 단순 명료한 울림과 그 안에서 나타나는 고즈넉하고 신비로운 느낌이 매력적인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