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꼼장어' 틀리고 '곰장어'가 맞는 표현… '알타리무'는 '총각무'가 표준어랍니다
입력 : 2021.04.29 03:30
맹랑한 국어사전 탐방기
우리가 말하고 글을 쓰다 보면 헷갈리는 표현이 많습니다. 또 낱말의 정확한 뜻을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요. 이럴 때 국어사전은 알쏭달쏭 헷갈리는 우리말의 뜻과 정확한 쓰임에 대해 알려줍니다. 풍부한 표현을 하려면 국어사전을 가까이하면서 낱말의 의미를 뜯어보고 탐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지요. 30년 동안 국어 교사로 근무한 저자는 이 책에서 올바른 국어사전 사용 방법과 낱말을 둘러싼 유래와 배경지식 등을 소개해요.
저자는 '좋은 사전은 절대 변하지 않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와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착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나 그 마음이 곱고 어질다'인데요. 요즘은 '착한 가격' '착한 품질'같이 다른 의미로도 쓰입니다. 이렇듯 변화하는 말뜻을 반영해서 한 사전에서는 '착하다'의 뜻에 '(가격이) 품질이나 성능에 비해 싸다'라는 의미를 추가했습니다.
우리가 많이 쓰는 말 중에는 표준어가 아닌 게 많아요. 예를 들어 '총각무'는 표준어지만, '알타리무'는 아닙니다. '오도독뼈'는 맞지만 '오돌뼈'는 틀립니다. '삐걱대다' '삐걱거리다'는 표준어로 인정하지만 '삐걱이다'는 표준어가 아니에요. 식당에서 '꼼장어'라는 표현을 쉽게 볼 수 있지만, '곰장어'가 바른 표현이지요. '가슴 한 켠'에서 '한 켠'도 비표준어라는 걸 알고 있었나요? '한 편'이나 '한쪽'이 맞는 표현이랍니다.
저자는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주장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표준어와 비표준어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일본식 용어가 많이 실려 있다고 비판했어요. '일기병'과 '학교병'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일기병'은 '일생 동안 낫지 아니하는 병'이고 '학교병'은 '주로 학생들 사이에 많이 생기거나 전염하는 병'이라고 나와있습니다. 모두 일본에서 건너온 용어인데요. 이렇게 표준국어대사전은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단어들도 많이 수록하고 있어요. 현재의 언어 생활을 반영해 실제 쓰임에 맞게 개선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지요.
이 책은 문법이 고정불변이 아니라 실제 사용자들의 언어 생활과 습관에 맞춰 변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문법의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면 언어 사용자가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저자는 국어사전에 있는 말을 우리가 배워서 쓰는 게 아니라 우리가 쓰는 말을 국어사전이 제 표기와 뜻에 맞게 수록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그게 국어사전이 존재하는 이유라는 겁니다. 저자는 국어사전 편찬자들에게 "언어 사용자들이 문법을 무시하고 잘못 사용한다며 지적하고 다그치기만 할 게 아니라, 현실에 맞게 문법을 개선하려는 열린 마음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