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기원전 3500년에도 하마, 코끼리, 원숭이 있는 동물원 있었어요

입력 : 2021.04.28 03:30

동물원

1898년 쇤브룬 궁전 동물원의 원숭이 우리입니다. /위키피디아
1898년 쇤브룬 궁전 동물원의 원숭이 우리입니다. /위키피디아
화창한 봄 날씨에 동물원은 휴일마다 나들이 인파로 북적입니다. 동물원에 가면 세계 곳곳에 있는 동물들을 한눈에 볼 수 있어요. 동물이 살던 곳의 생태 환경을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생태 학습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동물원은 언제 어떻게 시작됐을까요?

동물원은 인류 문명이 시작했을 때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2009년 이집트에서 고대 도시 히에라콘폴리스 유적이 발견됐는데요. 기원전 3500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 이 유적에서는 하마·코끼리·개코원숭이·고양이 등의 뼈가 대규모로 발굴됐습니다. 학자들은 서식지가 다양한 동물들의 뼈가 한데 모인 채 발굴됐다는 점으로 볼 때 이 지역에 동물원이 있었다고 짐작했어요.

고대 로마 제국에도 동물원이 있었습니다. 이곳에 있는 동물 대부분은 콜로세움에서 활용됐어요. 콜로세움은 검투사의 전투 경기가 벌어진 원형 경기장인데요. 콜로세움에서는 검투사끼리만 싸운 게 아니라 검투사와 동물, 그리고 동물끼리 싸움도 했었다고 해요. 네로 황제는 호랑이와 코끼리가 싸우는 모습을 시민들에게 선보였습니다.

현존하는 동물원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원은 1752년에 세워진 쇤브룬 궁전 동물원입니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 있는데요. 쇤브룬 궁전은 당시 오스트리아를 통치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의 여름 별장으로 지어진 궁전입니다. 궁전에 왕실 전용 동물원을 만들었는데, 1765년 일반인에게도 개방했어요. 마리아 테레지아의 아들인 요제프 2세는 동물원에 들여놓을 동물을 데리고 올 탐험대를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대륙으로 보냈는데요. 키가 너무 큰 기린은 당시에 데려올 수 없었다고 합니다. 1828년에 간신히 기린을 쇤브룬 궁전에 데려왔는데요. 이때 기린을 처음 보고 감명받은 사람들 때문에 한동안 빈에는 코트·가방·치마 등을 기린 무늬로 만드는 것이 유행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동물원이 언제 생겼을까요? 일제강점기 일본은 1907년 창경궁에 박물관·식물원·동물원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이곳에는 전국에 있는 동물과 일본에서 들여온 코끼리·호랑이·사자·낙타·원숭이 등을 모아놓았습니다. 모두 70여 종 500여 마리에 달했다고 해요. 순종은 1909년 이 동물원을 온 백성에게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이 동물원은 서울의 명물로 사랑받았는데요. 1945년 일제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동물 대부분을 죽였어요. 남아있던 동물마저 대부분 6·25전쟁 때 사라져 동물원은 텅 비게 됐습니다.

1954년 이 동물원은 다시 개장했어요. 기업들이 돈을 모아 태국에서 코끼리를 사오는 등 동물을 채웠습니다. 이후 창경궁은 원래대로 궁궐로 복원하기로 했고 서울대공원을 건설하면서 동물원을 서울대공원으로 옮겼답니다.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