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90] '달리다'와 '딸리다'

입력 : 2021.04.28 03:30
[예쁜 말 바른 말] [190] '달리다'와 '딸리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사태에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어려워지면서 농업인의 약 87%가 일손이 딸려 농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 문장에서 틀리는 표현을 골라 보세요. 정답은 '딸려'인데요. '달려'로 고쳐야 합니다. '달리다'와 '딸리다'는 많은 사람이 헷갈리곤 하는데요. '달리다'와 '딸리다'의 정확한 뜻과 쓰임에 대해 알아봅시다.

'달리다'는 '(무엇이) 뒤를 잇대지 못할 정도로 모자라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물자가 달려 공장을 가동할 수가 없다' '공급량이 달리니 당연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와 같이 쓰입니다. 또 '(힘이나 재주가) 어떤 일을 하기에 미치지 못하다'라는 뜻도 있어요. 예를 들면 '기운이 달리다' '힘이 달려 더는 못 걷겠다'와 같이 쓸 수 있지요. '달리다'는 '물건을 일정한 곳에 붙이다' 또는 '물건을 일정한 곳에 걸거나 매어놓다'라는 뜻이 있는 '달다'의 피동사로 쓰일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점퍼에 달린 후드'처럼 쓸 수 있지요.

그런데 흔히 '달리다'를 강하고 단단한 느낌이 드는 된소리로 잘못 발음해 '딸리다'로 말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렇다 보니 글에서도 '달리다'를 '딸리다'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고로 예사소리 'ㄱ, ㄷ, ㅂ, ㅅ, ㅈ'을 소리 나는 대로 'ㄲ, ㄸ, ㅃ, ㅆ, ㅉ'으로 발음하는 현상을 '된소리되기'라고 합니다. '국밥'을 '국빱'으로 발음하는 것처럼요.

'딸리다'는 '(어떤 사람이나 사물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속하거나 붙어 있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그 집에는 넓은 뒤뜰이 딸려 있다'와 같이 쓰입니다. '(사람이나 동물이 어떤 부류에) 관계되어 속하다'라는 뜻도 있어요. 예를 들면 '염소는 솟과에 딸린 동물이다', '영업부에는 세 팀이 딸려 있다'와 같이 쓸 수 있습니다.

다음 예문을 보고 '달리다'와 '딸리다'의 쓰임에 대해 더 공부해 보세요.

〈예문〉

­창업 자금이 달려 만기를 1년 앞두고 예금을 해약하자니 너무 아쉽다.

­경기에 진 것이 운 때문이라고 아쉬워하지만 사실 실력이 달려서 진 것이다.

­고모는 애 셋 딸린 주부인데도 틈나는 대로 마을 회관에 가서 봉사 활동을 한다.

­그 업체에는 5000명이나 되는 직접 고용 인력이 딸려 있어 폐업할 경우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류덕엽 교육학 박사·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