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이야기] 오렌지 껍질 닮은 지붕 만들기 어려워 설계 10번 이상 고쳤어요

입력 : 2021.04.21 03:30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호주 시드니에 있는 오페라하우스입니다. 200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어요. /위키피디아
호주 시드니에 있는 오페라하우스입니다. 200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어요. /위키피디아
2023년 부산에 오페라하우스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세계적인 명소인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처럼 바다를 바라보는 대형 공연장이 부산에 생기는 겁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호주를 대표하는 건축물일 뿐 아니라 전 세계 오페라하우스 중 가장 유명합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1947년 시드니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였던 유진 구센스는 정부에 현대적인 공연장이 필요하다고 얘기했어요. 시드니 사람들은 큰돈이 들더라도 시드니를 대표할 인상적인 건물을 짓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고, 호주 정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결국 1955년 시드니 항구에 수백 년 동안 지역을 빛낼 건물을 짓기 위한 공모전이 열렸습니다.

전 세계에서 건축가 223명이 공모전에 참가했어요. 이들 중에는 덴마크 출신 건축가 예른 웃손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요. 그는 여러 개의 곡면 지붕이 다양한 방향으로 교차하는 구조의 아이디어를 제시했어요. 이 아이디어는 아내가 깎아준 오렌지 껍질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해요. 이 파격적인 디자인은 심사에서 탈락했습니다. 너무 독창적이라 당시 기술로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 설계안은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납니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이자 당시 명성이 자자했던 미국의 건축가 에로 사리넨이 심사에 늦게 도착했는데요. 그는 탈락한 작품을 확인하다가 웃손의 설계안을 보고 천재라고 극찬하며 다른 심사위원들을 설득했고 결국 웃손의 디자인이 당선작으로 선정됐어요.

1959년 3월 1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첫 삽을 떴습니다. 문제는 역시 지붕이었어요. 당시 기술로는 조개껍데기 모양을 닮은 널찍한 지붕을 구현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10번 이상 설계를 고쳤지만, 구조적으로 안전하면서 디자인을 만족하는 방식을 찾을 수 없었어요. 당시 건축계에서는 설계할 때 컴퓨터를 잘 쓰지 않았다고 해요. 하지만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설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컴퓨터의 힘을 빌렸습니다. 거대한 구에서 겉면을 떼어내듯이 해서 곡선이 휘는 정도가 같은 지붕을 여러 개 만들어 이를 배치하면 튼튼하게 설치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지요.

그런데 1966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처음 건물을 지을 때 공사비를 700만 호주달러(약 60억원)로 예상했는데요. 공사가 진행될수록 돈이 더 많이 들어 2300만 호주달러(약 200억원)나 투입됐어요. 호주 정부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 드는 막대한 비용에 불만을 가졌고 웃손을 총괄 건축가에서 쫓아냈어요. 이후 공사는 다른 건축가가 맡아 1973년 마무리됐지요. 총공사비가 1억 호주달러(약 866억원)가 넘었다고 해요.

웃손은 오페라하우스의 개관식에도 초대받지 못했어요. 웃손은 나중에 호주 측과 화해했지만, 이미 노환으로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없어 자신이 설계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모습을 실제로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웃손은 2003년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받았습니다. 당시 심사위원단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두고 20세기의 위대한 건축물로 시드니라는 도시뿐 아니라 국가와 대륙의 상징이 됐다고 평가했답니다.
전종현·디자인 건축 칼럼니스트